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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7)

과거

8장      


무대 어둡다. 

저녁. 


마을 어귀 낡은 가로등 아래 봉숙이 바위에 걸터앉아 있다.    

 

봉숙        (노래를 흥얼거린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철, 

뒤에서 봉숙의 눈을 가린다.      


봉숙         아, 이기 뭐꼬 유치하게.


수철         가스나 무드 없게…… 수철 씨~ 해 봐라.


봉숙         아 됐다. 장난 고만 쳐라.


수철         어허! 수철 씨! 


봉숙         수철 씨가 얼어 죽었다.      


손을 내려놓으며.     

 

수철         그래 얼어 죽은 수철 씨라도 좋다. 


봉숙         내한테 그 말이 그래 듣고 싶나. 


수철         니 가시나무새라고 들어봤나. 


봉숙         생뚱맞기는…… 일생에 딱 한 번 우는 전설의 새 아이가.


수철         어. 


봉숙         가시나무새는 와 갑자기.


수철        가시나무새는 둥지를 떠나 가시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젤로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찾으면                

몸을 날리고 죽어삔다. 


봉숙        죽어가믄서 세상에서 젤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카는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와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죽냔 

말이다.


수철         와~ 동심을 그냥 한방에 깨네. 


봉숙        오빠야 니도 생각을 해 봐라. 

노래하고 목숨하고 뭐가 더 중요하노. 

가가 생각이 짧은 기 맞제.  


수철         가슴 아프고 뭐 슬프고 그런 걸 니는 꼭 그래 넘길라 카더라.


봉숙       행복하고 좋은 것만 생각해도 모지랄 판에 

그런 걸로 감정 소모,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다. 


수철        가시나무새는 바로 우리 인생이다. 

아픔이나 고통 없이 쉽게 이룰 수 있는 기 한 개도

없다. 그래 힘들고 아파야 진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기라.  사랑도 마찬가지다. 

장미꽃 맹크로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나면 사랑이 더 소중해지고 

그때사 깨닫는 거 그기 사랑이다.


봉숙        오빠야 니 사랑한다는 말을 뭐 그래 

어렵게 돌리가 하노.   됐고, 그냥 사랑한다 

한마디면 된다. 나도 이제 그 말 들을 때 됐다. 

(애교를 떨며)

수철 씨~~.


수철         니 뭐 잘못 뭇나. 와 이카노.


봉숙         듣고 싶다매 수철 씨. 나도 듣고 싶다꼬.


수철         기억해라. 힘들 때는 가시나무새를 기억하라고. 


봉숙         가시나무새고 뭐고 됐다. 나는 그냥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사랑하믄서 적당히 살란다. 


수철         (웃음) 풉,

정신건강에는 그기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봉숙         오늘따라 요상한 얘기나 하고, 맘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한데이. 

        

아줌마 지나간다. 얼큰하게 취한 상태.     


아줌마       봉숙이 아이가. 

니 여서 뭐 하노? 

어? 그 남학생이네…… 둘이…… 수상하대이. 


봉숙         무슨 소리라요. 한잔하신 거 같은데 얼른 들어가시소. 


아줌마      그래 내 오늘 막걸리 딱 한 잔!~은 아니고

한 빙…… 헤헤 세 빙 마씻다. 

기분이 더러버가…… 봉숙아…… 

남자는 다 늑대라 캐째. 느그 아부지 빼고. 


봉숙         도둑이라 캤는데예.


아줌마       늑대가 도둑이고 도둑이 늑댄 기라……

쪼깐한 기 그러믄 그런 줄 알지…… 

남자는 다 늑대고 도둑이다 이 말이다.

언제는 내를 꽃…… 그 장미꽃 맹크로 이쁘다 

이쁘다 카디, 인제는 꽃은 개뿔 무식한 여편네, 

집 지키는 똥개 새끼보다 못한 년이라꼬 구박하는데……

봉숙아 내가 이래 산다…….   


봉숙         마이 취하셨네예. 


아줌마       취하기는 개뿔…… 니도 내를 무시하는 기가?


봉숙         아 그기 아이고. (수철이 말린다)   

         

아줌마       그란디 그 놈팽이가 요새 부쩍 뻔질나게 

어데를 드다든다 카든데…… 어데더라…… 

여편 네가 돈을 벌어다 주면 그걸 쪼개고 쪼개고

아끼가 알뜰살뜰 살림 살 생각을 해야지. 

하늘같은 서방 알기를 지 발톱에 때만도 못하게 생각한다꼬

그래 씨부리싸티 이게 말이 되냐꼬…… 

지는 입이고 내는 주둥이여? 

난도 코피를 마실 줄 안다 말이여. 

맞네 맞어.  커피…… 인제 생각난다. 다방……

내를 장미꽃 맹크로 이쁘다 카디 

장미다방이여 거시기…… 

장미다방.


수철         (당황해하며) 

아주머니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조심히 들어가시소. 봉숙아 니도 늦었다. 

얼른 들어가라    

  

봉숙의 팔을 잡아끈다.   

   

봉숙         오빠야.    

 

수철과 봉숙 퇴장.


아줌마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퇴장.


무대 어두워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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