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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8)

과거

9.     


어두운 무대. 

그림자. 


저녁 식사하는 수철 엄마와 수철의 모습이 그림자로 보인다.      


수철 엄마    일찍 일찍 댕기라. 


수철         엄마, 엄마는 아부지 소식 안 궁금하나?


수철 엄마    그 인간 얘기를 와 꺼내노. 밥맛 떨어지게.


수철         그래도 내를 낳아 준 아부진데 그 인간이 뭐고.


수철 엄마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 인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됐다 고마 얘기하고

밥이나 무라.


수철        아부지 얘기는 맨날 와 꺼내지도 못하게

하노.  아부지가 뭘 잘못했길래 쫓아냈냔 말이다.

나도 내년이면 성인이다. 내한테 말 못할 게 뭐고? 


수철 엄마   니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내년에

대학 갈라 카모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수철         나는 대학 안 간다. 


수철 엄마    (숟가락을 놓으며) 니, 너거 엄마 죽는 거 볼라 카나. 


수철         취직할 끼다. 서울 가서 돈 벌어가.


수철 엄마   닥치라! 취직 나부랭이 하라꼬 내가

이 꼴 저 꼴 더러븐 꼴 다 당하믄서 니를 이래까지

키운 줄 아나. 


수철         무슨 꼴? 도대체 나가서 무슨 더러운 꼴을 당하고 댕기는데?


수철 엄마    알 거 없고 엄마한데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소리다.


수철         등록금은 어데 땅 파면 나오나.


수철 엄마    니가 그 걱정을 와 하는데. 니는 공부만 하란 말이다. 등록금은 내가 알아서 한다. 


수철         엄마가 우째 알아서 하는데. 나가서 뭐…… 몸이라도 팔겠단 말이가.     


뺨을 후려친다. 감정이 격해진다.      


수철 엄마    니가 그기 엄마한테…….


수철         ……미안하다. 


수철 엄마    니 아부지 그래 나가고 이날 이때꺼정 

니 하나만 믿고 버티 온 엄마한테 그기 할 소리

냐고!


수철         미안하다…….


수철 엄마   애비 없는 아라꼬 함부래 보까 봐 

독한 년 소리 들어가믄서 내가 쌈닭이 된 기다. 

초등학교 댕길 때 하루는 싸워 가꼬 얼굴이 엉망이 되가

들어오더라.  물어도 물어도 왜 싸웠는지 말을 

안 해서 결국은 내가 니 손을 붙잡고 그 집을 찾아갔다. 

그 엄마가 니가 먼저 지 아를 때맀다꼬 길길이 뛰는 

거를 내가 가한테 물었다. 수철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니를 조패드나? 

그제사 ‘아부지 없는 놈’이라 캤다꼬

그 말 한마디에 주먹질을 했다 캐서 엄마가 

뭐라 했노? 

우째 했냐꼬 

어? 


수철         …….


수철 엄마    와 말이 없노.


수철         잘..했다.


수철 엄마   그래 ‘잘~했다.’

니한테 그 말 한마디하고 바로 돌아서서 왔다. 

내는 누가 뭐라 해도 하나도 겁 안 난다. 

근데 니가 하나밖에 없는 니가 그래 키운 니가

(목이 멘다) 

지금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여가 지옥인가 싶다. 살고 싶은 맴이 요만큼도 안 든다. 


수철         (울먹인다) 

내가 잘못했다……. 



그림자 사라지고 또 다른 그림자 봉숙과 봉숙 아버지 방에서 대화를 나눈다.   

   

봉숙 아버지  니 수철이하고 만나는 거 아이제.


봉숙        아부지는 뭔 소리하노. 내가 남자 만날 

정신이 어딨노.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봐서라도 열심히 공부함이 도리인 줄 아뢰오.


봉숙 아버지  가스나, 뻘소리 하지 마라! 그카는 기 

홀라당 다 벗고 나오는 영화를 쳐보다가 걸리가

아부지 얼굴에 똥칠을 하나. 

함부래 수철이네하고 엮이지 마라!


봉숙        수철이네라니.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아부지가 늘 하는 말인데 수철이도 아이고 수철이네

라니 갑자기 수철이 오빠야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와 갑자기 그런 이상한 말을 하노?


봉숙 아버지  어불리지 마라 카면 그냥 예! 하고 알아들어라. 뭐 그래 말이 많노.


봉숙        내가 한두 살 먹은 얼라도 아이고 알아듣게 

얘기를 해줘가 나를 납득을 시키든지 설득을 시키든지.


봉숙 아버지  니는 귀를 틀어막고 다니나!     


무대 어두워진다.


봉숙이 서 있다. 핀 조명.      


봉숙         가시나무새는 죽기 직전에 일생에 

단 한 번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아름다 운 소리로 운다. 

그 새는 알에서 태어나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단 한 번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시나무를 찾아

다니다 나무를 발견하면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 

가슴을 찔러 붉은 피를 흘리며 어떤 새소리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죽어 간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순수한 것은 

가장 처절한 고통에서 피어난다는 가시나무새의 

전설. 수철 오빠는 이 슬픈 전설의 새를 기억

하라고 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순수한 것은 가장 처절한

고통에서 피어 난다. 

마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 가장 아름답고 순수함을 위한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처럼…….     



암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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