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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때. 때. 때
<찜뿡깜뿡 아닌 적절한...>
by
글짓는 서띵나라
Nov 6. 2024
모락모락 첫 물을 받아 놓은 뜨거운 욕탕은 언제나
나의 온몸을 녹여준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는 집안도 나도 분주하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계절마다 때맞추어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다.
다음 달 김장을 맞아 미리 양념도 하나씩 준비해야 하고 가을에 선물 받은 고구마도 삶아서 얼려 놓고 무청 시래기도 깨끗하게 씻어 살짝 데친 후 깨끗하게 미리 말려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이며 옷가지를 바꾸며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에 빨래를 하루 종일해서
널어 뽀송하게 말리면 내 기분도 함께 보들 해진다.
빨래만이 아니라 내 몸도 여름내 묵은 것들을
떨구고자 새벽부터 목욕탕을 잰걸음으로 갔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뜨거운 욕탕의 온기로 나를 치유한다. 손끝이 오들오들해질 정도로 불린 몸을
정성스럽게 구석구석 개운하게 닦아내고 어릴 적 철없던 때 엄마가 나를 씻겨주시던 때를 생각하며
힘없는 어르신의 손 닿지 않은 등을 밀어주고 밀어주며 우리 엄마의 마음을 읽어본다.
등을 내주면서도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에 여인들의 고단한 몸이 이렇게 라도 풀어내길 바라본다.
나의 모습처럼 여겨져 마음도 말랑해진다.
목욕 후 삼각형 커피우유 하나로 개운함을 마무리하고 새벽부터 뭔가 큰 일을 하나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별거 아닌 것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계절이 참 요상하다.
벌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입맛도 달라지고 몸의
윤기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름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싫어지고 따뜻한 차가 먹고 싶고 뜨끈한 어묵국물에 떡볶이도 먹고 싶어 진다. 이처럼 입을 것. 먹을 것. 몸가짐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올해의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내년의 계획은 세우고 있는지 점검할 때가 되었다.
무릇 나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누구나 쓸쓸한 이 계절에 마지막 단추까지 잘 채워 한 해를 잘
쌓아놓고 새로운 단추를 끼울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계절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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