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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서띵나라 Nov 07. 2024

제13화 대학교 구내식당 여사님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굳은살>


 세 번째 직장이다.

대학교 구내식당은 많은 인원이 먹는 관계로

제대로 된 급식시스템이었다.

남자 조리장님도 계시고 보조 조리사에 조리원 여사님도 꽤 많았다.

삼시 세 끼를 다하고 주말도 없는 기숙학교였다.

 소문에 듣자 하니 여기 나이 많은 영양사가 한 성질 하여 많이 그만둔다는 언질이 있었다.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출근하기로 했다.

새벽 5시 30분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그날 사용할 행주며 면장갑들을 준비해 놓는다.

이후 아침식사로 나갈 메뉴들을 준비한다.

대략 계란프라이나 스크램블과 그날그날의 샐러드와 빵 등을 준비한다. 김치랑 밑반찬을 세팅하고 갓 지은 밥과 국을 데워 나가면 아침식사는 끝이다.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고 잠깐의 티타임을 갖는다. 이때가 문제의 영양사 타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징그럽게 잔소리해 대고 점심메뉴에 대해서도 조리실장님과 의논을 한다. 대부분 영양사의 뜻대로 움직인다.

 오전 10시부터 야채손질이며 밥 짓고 김치 써는 것까지 각자의 역할을 맡아 분주히 움직인다. 야채 전처리를 안 해본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어느 날 부추를 씻으라는 말에 부추를 다듬지도 않고 바로 물에 담갔다가 영양사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사님! 이렇게 일하실 거면 집에 가세요!"

순간 발바닥부터 올라오는 모멸감에 얼굴까지 빨개졌다. 세상에나 부추 손질을 제대로 못한다고 그렇게 소리 지를 일인가.

 아~이래서 다들 그만두는가 보다 했다.

점심식사를 다해 놓고 나면 잠깐의 점심시간이다. 단 10분 만에 먹어야 한다.

바로 밀려오는 설거지를 하고 나면 2시가 넘는다. 그때부터 음식쓰레기며 일반쓰레기등을 정리한다. 청소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댔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마치면 3시 20분이다. 휴게실로 돌아와서 옷 갈아입고

잠깐 휴식하다 보면 퇴근이다.


퇴근 후에 엄마집에 들러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 알바를 또 간다.

동대문 쇼핑몰의 운영진들 식사를 챙겨주고 나면 저녁 8시이다.

몸은 천근만근 되어 집으로 오면 정말 손가락 까딱 할 힘도 없다. 다리는 퉁퉁 붓고 손가락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몸은 완전히 망가졌다.

그렇게 1년을 살았다.


하지만 나는 점점 실력도 늘고 맵집도 생겼다.

이제는 못된 영양사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나는 다져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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