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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내나는하루 Oct 06. 2023

나는 심리상담을 받는다

불안함과 고군분투하기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한 건 한 5개월 전쯤인 것 같다. 불면증이 심하고 메니에르라는 병이 발병하고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메니에르라는 병은 어지러움증을 예방하는 약을 꾸준히 먹으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그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아닌 것을 알았다. 그래서, 회사의 지원으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을 받으러 간 첫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을 먼저 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이유는, 불면증 때문에 일상생활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눈물부터 터져 나온다. '저는 항상 열심히 살아왔고 70점 80점도 어느 정도는 노력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잖아요'라는 말을 하면서 엉엉 울었다. 그랬다.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결과에 대한 칭찬만이 있었다.


 나는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음을 느끼고 싶어서 항상 뭔가를 성취해와야만 했다. 100점을 받거나 시험 문제 1~2개 틀린 날에만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고, 그 이외의 날에는 항상 주눅이 들어있었다. 성인이 되고 보니 사실, 7~80점도 나쁜 점수는 아니다. 아주 노력하지 않으면 50점 미만도 충분히 받을 수 있더라.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내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 나는 항상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삶만 살아왔다. 휴식이 편하지 못했다. 항상 불안함 속에서 뭔가를 향해 달리는 게 익숙하고 그게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결과만 기다리면 됐었던 상황에서도 그 '휴식'이 편치가 않았다. 계속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한테 훈련을 받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은 편안한 상황이고 '나는 편안하다, 괜찮다.' 계속 되뇌라고 한다. 하, 이게 말이 되는가. 저런 간단한 말로 내가 편해질 수 있다니. 일단 연습해 보겠다고 한 뒤 상담소를 나선다.


집으로 온다. 쌓인 설거지를 보면서 '괜찮다, 잘 쌓아뒀다'라고 되뇐다. 어, 근데 이게 된다. 쌓인 설거지거리를 보면서 계속 말한다. 괜찮다, 설거지 쌓아놔도 별일 없다. 예쁘게 잘 쌓았네, 차곡차곡. 설거지 쌓아 놓고 TV를 본다. 예전 같았으면 불안해하면서 티브이를 봤을 텐데 마음이 평온하다. 참, 이게 뭐라고 '괜찮다 괜찮다' 생각하니까 마음이 온안한다. 참 희한한 일이다.


상담이라는 게 자기 마음속에 있던 불안과 누구에게도 터 놓지 못한 말을 꺼내 놓음으로써 치유가 시작되는 건가 보다. 사실, 개인들이 치부를 그 누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는 부모에게 항상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성취'에 끊임없이 집착했다. 그 결과, 자잘한 지병들과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메니에르, 섬유근육통, 이명. 징글징글한 내 친구들.


사실 인간은 존재 그 가치로서 인정받고 수용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들은 부모가 처음인지라 혹은 마음은 그러하지 않은데 말을 그렇게 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존재, 그 자체로서 나를 사랑해 주고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다만, 부모님에게서 이걸 얻기는 힘들 것 같고. 나를 알아봐 주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괜찮다. 나도, 너도 70점 이어도 괜찮고 0점 이어도 괜찮다. 나 자체로 이미 훌륭하고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며 살지 말자. 살아오느라 애썼고 이미 나는, 너는 충분하다. 불안해하지 말자. 마음 편하게 살자.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자. 오늘도 살아내느라 애썼다.






사진 출처: http://guide.taxmedicenter.com/27/?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9340956&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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