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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내나는하루 Sep 22. 2023

6살 때부터 혼자 있던 나에게

내면 아이 치료하기

  나는 6살 때부터 집에 혼자 있었다. 유치원에서 집에 데려다주면 저녁 늦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 있었던 것 같다. 어린 꼬마가 근 4~5시간을 혼자 뭘 하고 보냈던 건지, 잘은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집은 시골 작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제대로 갖춰진 놀이터도, 동네에 적당히 괜찮은 놀이 시설도  없었다. 케이블 티브이가 흔하던 시절도 아니어서 티브이를 재미있게 볼 수도 없었다.

  

  6살 꼬마는 혼자 집에서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티브이를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또는 동화책에 딸린 음성 테이프를 돌리면서 동화책을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덕에 생긴 독서가 꽤 괜찮은 취미가 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었다. 속상하거나 힘이 들거나 복잡한 일이 생기면 책 펴고 그 세상으로 도피하면 되니까. 어릴 때 외롭고 무섭고 혼자 있던 나에게 위로와 공감을 해주지 않고 이성의 세계로 도피하던 습관이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줄 몰랐다.


  슬픈 일이 있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충분히 그 감정들을 느끼고 울었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아서 마음의 병이 생겼다.


  나는 많이 외로웠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웠고 심심했었구나. 살아오느라, 그 시간들을 버티고 견디느라 많이 힘들었구나. 살아오느라 고생했다. 애썼어. 잘했다.


  가끔 지난 일도 꺼내서 충분히 슬퍼하고 속상해하고 울기도 하고 그때의 내 감정을 말해 버릇해야 된다. 자꾸 마음에 쌓으니까 병이 생긴다. 밤에 잠이 안 오거나 매사 불안하거나,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기가 힘들었다.


  이제부터는 충분히 슬픔과 괴로움, 외로움을 느끼고 도망가지 말고 나를 위로해 줘야겠다. 앞으로 남은 나의 생을 위하여. 찬란히 빛날, 싹이 틔여 꽃이 향기를 흩뿌리고 다닐 내 나날들을 위하여.


(이미지 출처: http://m.shanghaibang.com/shanghai/mobile/news.php?mode=view&num=4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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