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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내나는하루 Sep 22. 2023

어린 아이의 순수한 필촉, 장욱진2

장욱진 회고전을 다녀와서(두번째)



  1전시실에서 '반월, 목'이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반달과 한자 나무 목(木)자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반달은 붓으로 흰색, 푸른색 물감을 슥슥 바른 다음 나이프로 진회색의 물감을 찍어낸 듯한 질감을 나타낸다. 나무와 반월을 제외한 배경은 진회색 물감의 두터운 마티에르가 느껴진다.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나무 '목'자 주변으로 진회색을 덜 바른 하얀 테두리가 보인다. 반월이 포함된 푸른색과 백색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나무 '목'자를 나타낸 후, 배경으로 선정된 것들은 모두 진회색 유화물감을 두껍게 덧입힌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부터 장욱진은 'ucchin, chang'이 아닌 'ucchin,C'로 낙관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나의 성을 전체가 아닌 일부만 표현한다는 것은, 나의 가문보다는 이제 나 자신, 즉 나의 본질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1전시실에서 나만 알아보고 싶은 그림으로 위의 작품을 선택했다. 그림만 집중해서 찍느라고 제목을 못 찍었다. 너무 아쉽다. 제목을 모르겠다. 가서 직접 보시면 좋겠다.

  이 그림에는 샤갈도 보이고 프랑스의 우체부였던 루이 비뱅도 보인다. 그림 상단에 길게 줄지어져 그려진 집들을 통해서 떠나온 고향을 너무나 그리워 했던 샤갈이 생각났다. 샤갈의 그림 상단에도 세모 뾰족한 집들을 줄지어서 많이 나타난다. 장욱진이 유럽에서 샤갈의 그림을 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다채로운 색감과 정직하고 명료한 선들을 통해서 루이 비뱅의 집들이 생각났다. 루이 비뱅은 빨간 건물의 벽돌집들을 많이 그렸는데, 장욱진의 이 그림에서 루이 비뱅의 적벽돌의 2층 집이 오버랩됐다.

  이 그림에서는 자동차가 한 가운데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동차를 통하여 우리나라 근대사에 드디어 등장한 '차'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문물의 등장을 통해 화가의 나라 발전을 기대했음을 살필 수도 있다.



  1전시실을 나와서 2층 2전시실로 들어간다. 2전시실의 주제는 두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모든 것은 하나다)이다. 주로 까치, 나무, 해와 달을 주제로 표현한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장욱진에게 까치는 자신의 분신이라고 한다. 캔버스 한 가운데 까치만 덩그러니 그려진 때도 있고 줄 지어서 연속적으로 4마리가 주로 날아가기도 한다. 연속적으로 날아가라는 화가의 명령에 성실히 임하는 우리 까치들. 그에게 4마리의 까치는 어린 자식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보통 부모에게 자식은 분신이기도 하니까.




  장욱진에게 '나무'는 우주를 표현한다고 하는데, 글쎄 내 생각엔 자연을 대표하는 사물 중 하나로 표상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나는 '자연'이라고 하면 보통, 세모난 산이나 나무를 떠올린다. 목가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그의 그림에 녹색의 나무는 우주보다는 자연을 나타낸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고 싶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니, 화가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게 답이다. 내가 예술, 미술, 회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해와 달'은 시공을 초월하는 매개체라고 하는데, 이건 미술관의 설명을 인정해야겠다. 해와 달은 시간을 초월하여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동안은 그 자리에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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