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 Jan 26. 2024

나의 모양

정 많은 성격

나는 기버, 그리고 정이 아주 많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특이하게도 나는 내가 호의나 선의를 상대방에게 베풀 때 오히려 확실하게 더 행복감을 느낀다. 분명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다 보니 기버가 되었다. 나는 내 영역 안에 들어와 나의 온기에 급하지 않게 천천히 스며드는 사람을 조건 없이 품는다. 품으려 한다. 나는 모닥불 같은 사람이다. 쉬이 꺼지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미와 온기를 느끼고 싶다면 내 옆에 가까이 붙으시면 된다.


강아지처럼 사람을 너무나 잘 믿고 좋아하는 탓에 이전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상처는 꽤 받는다. 물론 이 상처라는 단어도 내가 스스로 규정지은 틀이다. 이 틀 안에 속한 것들에 내가 찔렸음을 스스로 눈치챘을 때 나는 이것을 “상처”라고 말한다. 찔리면 아프다. 아플 때마다 차가워지려고 억지로 노력한다.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래서 기복이 심하다. 자주 따뜻해졌다, 차가워졌다, 따뜻해진다. 자칫 피곤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나는 자주 혼자 생각한다. 온기 많은 사람이 되어 무얼 하나. 이것은 나에게 항상 이로울 것인가. 이롭기보단 감수해야 할 위험이 더 클까? 그렇다면 나는 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애정 어린, 온기 있는 사람임을 지속할 수 있는가? 세상이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을 조금 더 토닥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데. 적당히 냉랭하고 적당히 따뜻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너무 따뜻하거나 너무 차가우면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이다. 감정도 마음도 조절해야 하는가? 참 어렵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사랑한다. 곁에 있기만 해도 사랑을 떼어준다. 마음을 끌어안는다. 쓰다듬어주고 싶다. 보듬어주고 싶다.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싶다. 언제까지 계속 어긋난다면 어긋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어긋나 보기로 한다. 세상이 아무리 차가워도 저는 어딘가에서 따뜻한 불을 지피고 있을게요. 옆으로 와요. 안아줄게요. 사랑해 줄게요. 저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차가워질 자신이 없어요. 정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에요. 사랑을 더 나누고 싶어요. 사랑과 온기와 애정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에필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