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좀 들어줄래요?
지난날 저는 참 많은 사랑 일기를 썼었던 것 같아요.
외사랑 일기도 있고, 양방향 사랑 일기도 있죠.
심심할 때마다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하곤 하는데, 오늘 문득 옛날 사진을 쭉 들여다보니 지난 과거들이 잠시 떠올랐어요. 그때의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현재의 나도, 행복하다고. 직접 말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제가 운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지냈어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 놓여 있고,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요.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모나고 서툴었던 제 모습들도, 어쨌든 나를 구성해 주는 무언가 들의 일부였으니, 엄청나게 부정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저는 제 스스로가 비가 오고 나면 땅이 굳듯이 굳센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뭐, 똑같을 수도 있겠죠? 사람 잘 안 변하니까요. 가끔 우울하고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또다시 이 자기 연민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냥 이제는 전부 다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고,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됐어요. 서론으로 돌아가서 제 지난 사랑 일기요. 이제는 그럴만한 에너지가 동나서 지난 사랑만큼 현재의 사랑을 가꾸지 못하고요, 지그재그가 아닌 직선의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ㅋㅋ 사실 저만 알아요. 그냥 비유해 봤어요. 그냥, 이제 사랑의 열병 같은 것, 안 걸린다는 거죠. 걸릴 수도 없고요. 사랑에 나의 에너지를 많이 쏟기에 이미 나는 책임질게 많아진 사람이 되었고, 쌓인 상처들을 전부 다 케어하지 못해서 아직 조금 곪아있는 이 친구들을 계속해서 쓸어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에 백 프로 치중하지는 못합니다. 사랑이요.. 사랑.. 사랑이라는 감정. 누가 만든 걸까요? 하고 싶지 않아도 왜 자연스럽게 발음하게 되고, 표현하게 되고,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어버리는 걸까요? 그리고 왜 나를 아프게도, 힘들게도, 정말 살고 싶지 않게도 만들면서 또 살게 만들까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렇죠. 저요, 불과 2년 전에는 사랑이 지겹고 짜증 나고 비참해서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정말 정말 너무, 허탈했어요.
내가 계속 사랑을 쏟아부으면 뭘 하나요. 이미 그 사람의 사랑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정작 봐야 하고 챙겨야 할 것들을 못 챙긴 거겠죠. 처음에는 상대방만 탓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나를 탓하고, 또 탓하고, 나를 거듭하여 탓했는데, 내 마음이 나한테 소리치더라고요. "제발 적당히 좀 해"라고요.
과수면이 와서 잠을 미친 듯이 자기도 했고, 하루 종일 울기도 했고, 술에 의존하기도 했고, 우울해서 미치겠을 때 글쓰기에 의존하기도 했고. 그냥 미리 매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은 편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요, 이제는 더 이상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는데. 앞으로도 쭉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말하는 이야기지만, 솔직히 무섭다고요. 너무 행복하면 그만큼 내가 불행하더라고.
저는 아직도 가끔 과거에 살아요. 그러다 현재로 도망치듯 빠져나오지만, 유난히 비가 내리면 자꾸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 이 과거라는 이야기들, 내려놔도 될 것 같은데.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