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 때가 있나요?

by 정은

이게 정이야, 사랑이야?

내가 지금 쟤, 혹은 저 사람, 혹은 당신, 혹인 너에게 가진 마음이 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상대방을 처음 알게 되고 선뜻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어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을 조금씩, 천천히 , 한 걸음 더 알아가는 시간들은 처음에는 마냥 즐거웠다. 원래 새로운 사람은 모두에게 즐겁지 않은가,라는 생각과 함께 일종의 합리화를 하며 그 사람에게 내 곁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었다.

그러다 날씨가 좋으면 문득 그 사람 생각이 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다 공유했던 취향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도 스치는 너의 생각. 피식,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은 , "지금 이게 정이야, 사랑이야?"였다. 아무쪼록 정이든 사랑이든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하고 넘기기에는 지금 이게 만약 사랑이라면? 우리의 관계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아니, 정이라면? 섣부르게 사랑으로 판단해서 덜컥 내 이런 마음을 내비치기라도 한다면?

갑자기 예고 없이 듣게 되는 이러한 이야기들에 의하여 그에게 내려지는 선택지의 수는?이라는 자잘한 생각들도 동시에 따라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과 사랑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이 좋아"라는 감정이 무분별하게 쌓이기 시작하면, 아주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사람,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되어 나조차도 나의 진심을 헷갈리고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무고한 사람에게 나조차도 분별 불가능한 나의 진심을 내비쳐 그의 마음에 커다란 저울을 턱 하니 얹어놓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또 이를 받아들여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우리에서 함께가 된 우리가 아주 강렬하고 빠르게 끓었다가 확 식어버리는 사이가 돼버리진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도.

그러니까 이게 정이냐고, 사랑이냐고.

나의 입모양이 정말이지 솔직한 발음을 할 수 있기 전까지는 절대 나의 모호한 마음과 생각과 감정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우리가 진짜 사랑을 할 거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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