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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Dec 23. 2022

고요하지만 따뜻한 풀빵.

"풀빵 2천 원어치만 주세요"


출퇴근하며 늘 왔다 갔다 하는 거리에 보이지 않던 풀빵 리어카를 발견하고는 잽싸게 갓길에 주차를 했다.

며칠 전부터 '풀빵풀빵' 노래를 부르던 우리 집 2호 생각이 번뜩 나서.

갓길에 주차 후 비상깜빡이를 켜고 리어카로 달려가 풀빵을 달라고 이야기하고는 지갑에 현금이 있나 뒤적뒤적거렸다. 그런데, 지금쯤이면 풀빵아저씨는 종이봉지를 꺼내 풀빵을 잽싸게 담아 내 앞에 내밀고 돈을 꺼내든 나와 눈이 마주쳐야 할 시간인데...

풀빵아저씨는 뒤돌아서서 뭔가를 뒤적이고 찾고 계셨다.

혹시 못 들으셨나? 하고 다시 뒤적이던 손을 멈추고 풀빵 아저씨에게 이야기했다.


"사장님~ 풀빵 2천 원어치만 주세요~"

 

그래도 풀빵 아저씨는 여전히 뭔가를 뒤적이며 뒤돌아 서계시는 모습에..

나는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 무언가를 찾는 아저씨의 팔에 손을 살짝 가져다 데었다.

그제야 뒤돌아 본 사장님에게 나는 금방 리어카로 달려온 사람처럼 웃어 보이며 풀빵을 가리키며, 사진 찍듯 손가락 2개를 들어 보였다.

아저씨는 종이봉지를 꺼내 따뜻한 풀빵을 봉지에 담아 내게 내미셨다.

봉지를 집어든 "나는 많이 파세요~" 란 말대신, 고개를 꾸뻑하고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한다.

한 번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 없는 나는, 모든 사람이 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행동했 던 것이다.

그래도 빨리 알아차려 얼마나 다행인지.


고요한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마스크로 가려진 입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도 한층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입모양과 표정으로 캐치할 수 있었던 소통 창구마저도 닫혀버린 그들의 삶의 고충이 어떠했을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의 공간에서 소외되지 않고,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풀빵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나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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