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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Oct 25. 2022

무례한 후배를 대하는 법.

아침마다 커피 타임을 내 방에서 몇몇 여직원들은 가진다.

나는 컴퓨터로 업무를 보느라 대화하는 이들의 말을 한 번씩 거들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둘이 내가 업무 하는 파티션 뒤쪽으로 숨더니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 그 얘기 들었어? A 직원이 이혼했다며? 이혼한 이유가...  "

하며 속삭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청력은 아주 아주 뛰어난 관계로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A 직원과 이혼 이야기는 들었으므로 하던 일을 멈추고 되물었다.

"A 직원 이혼했어? 왜 잘살았잖아?"

내가 일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질문을 하자. 이야기를 꺼냈던 후배 직원이 대답했다.

"어머 언니 귀도 밝네 그게 다 들렸어? 아직 확실한 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언니"


[확실한 게 아닌데 다른 직원에게는 왜 속삭이며 얘기한 거야?

내가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막 옮기며 다니는 그런 사람이라 나한테만 말을 아끼는 건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면 이야기를 하지 말던가. 사람 앞에서 예의 없이 둘이 속닥속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저녁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자기 전까지...

계속 생각해 봤다.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후배의 행동 때문인지,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나의 행동 때문인지, 혹은, 나 살기도 바쁜데 모든 가십거리에 관심을 가진 나의 오지랖 때문인지.


예전, 아니, 한 1년 전쯤만 해도. 나는 이런 상황에서 디렉트로 방어를 했었다.

"그렇게 속닥거릴 거면 나가서 얘기해. 뭐하냐!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그런데, 그건, '나는 하나도 잘못이 없고, 너만 잘못했어!'는 전재하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신뢰받지 못할 행동을 나도 모르게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너만의 잘못이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후배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줄 생각이다.

"사람이 앞에 있는데, 둘이서 귓속말을 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임은 확실하다.

나는, 나의 그 행동이 불쾌했지만, 네가 가진 마음 자체가 불손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런 행동은 다음부터는 안 했으면 한다."라고.

물론, 앞에 후배가 있으면 요렇게 이쁘게 말을 할 수 있을지, 아직도 조금 꼬인 내 마음이 어딘가에서 분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은 나아지는 내가 되고 싶다.


갈수록 서운한 일들이 많아 지는 것 같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일들이, 이제는 아무렇게 다가오는건지, 그런일들이 정말 많아 진건지.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한결같이 바라는 나의 마음은 내가 그런 상황에서도 좀 편해졌으면 하는것이다. 좀... 편하게 여유롭게 세상을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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