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e카드 교환권 3만 원.
지인이 선물로 교환권을 보내왔다.
받자마자 입술이 쭉 나온다. 이걸 나보고 쓰란 얘긴데...
이걸 쓰려면... 머리를 긁적이며 기억을 더듬어가며 어떠한 계획이 필요했다. 약속을 만들거나, 병원 갈 일을 생각해 내거나, 아니면 교육일정이라도...
물론... 보내주신 분은 당연히 내가 사는 이곳에도 스타벅스 매장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보냈겠지만.
내가 사는 이곳엔 스타벅스 매장이 없다.
인근 도시만 나가도 대로변엔 심심치 않게 차창을 스치는 간판이 스타벅스인데 왜 이곳에 없는지 매장 설립 기준 같은걸 교환권 3만 원에 따져 물을 만큼 나는 열정적이지 않기에 이곳이 그들의 기준엔 깡촌이기 때문이겠지 하고 당연하면서도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
무튼, 일단 받았으니 교환권을 사용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가족 외식도 할 겸 인근 도시로 가족 점심 뷔페를 계획했다. 가족들과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초밥뷔페에서 위에 차곡차곡 초밥으로 빼곡히 채운 뒤 인근 스타벅스 매장으로 향했다.
[이 쿠폰을 사용하려고요]
[아.. 이건 바로 사용이 안되시고요. 어플을 깔아서 등록하셔야 합니다.]
흠... 단전에서 심오한 호흡이 뿜어져 나왔다. 3만 원 쓰기가 이토록 어려웠던가?
나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에 못 미치는 사람이 아니라, 잠깐 착오가 생겨 쿠폰 사용에 오류를 일으킨 듯 직원과 가볍게 눈인사를 하며 바로 어플을 깔아 등록하겠다며 휴대폰을 뒤적이여 play store를 방문했다.
그런데 어플을 깔고, pay에 들어가 쿠폰등록을 아무리 뒤져도 내가 가지고 있는 12자리 쿠폰등록 화면은 보이지 않았다.
17자리, 13자리, PIN 번호 등록...
[아니.. 왜 없는 거야~~~~]
차에선 신랑과 어머니, 아이들이 기다리며 금방 다녀오겠다 호언장담을 하고 떠난 내가 돌아오지 않자 카톡은 [왜 안 오냐?, 엄마 뭐 해?, 빵이 없어?, 커피 만드는 중? 잠시 주차했는데 주차를 옮겨야 하나?]로 도배되어가고 있었고, 초조한 마음이 들자 당혹감에 눌렀던 쿠폰등록을 연거푸 눌러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안된다고 포기해 버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사무실 프린터가 망가지면 다른 사무실 프린터에 블루투스라도 걸어 기어이 인쇄를 하고야 말았고, 드립기가 없으면 설압자를 이어 붙여서라도 만들어 냈다. 이번에도 오기가 발동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10분 넘게 계산대 옆에 서서 휴대전화를 노려보며 뭔가를 두드려 대는 나를 보고 매장 정리를 위해 걸래와 스프레이를 든 직원이 다가왔다.
[저.. 고객님... 쿠폰등록이 아니라... 카드 교환권등록을 누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급한 마음에 등줄기엔 땀이 흘렀고, 미간은 급격하게 좁혀져 있던 상황이라 답을 알려주는 직원에게 하마터면 화를 낼 뻔했다.
[왜! 이제 알려주냐고?!]
물론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내 눈빛을 보고 직원도 걸레와 분무기를 든 손이 가슴으로 순간 오그라들었다.
[아.. 하하하. 그렇구나. 그럼 이걸로 결제해 주세요]
나는 표정을 금세 누그러뜨리고 휴대전화나 바코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요즘은 신문물이 참 많이도 넘쳐 난다. 매장마다 키오스크가 생겨 났고,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고객 맞춤의 주문은 처음주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더 다가가기 어려운 주문 장벽이 되어 버렸다. 나도 이리 힘든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