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간호사님 밴드 좀 받으려고요. 상처가 좀 아파서]
같은 팀 수기 없는 직원이 쭈뼛거리며 건강관리실 입구에서 상처 난 팔꿈치를 반대팔로 만지작거리며 서있다. 외상 상처를 가진 직원들은 다양한 표현으로 상처 소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표현을 한다.
[밴드 있어요?]
[여기 빨간약 있죠?]
[살에 붙이는 테이프 뭐 좀 넓은 거 있나요?]
[진물 이 나는데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겠죠?]
다양한 표현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한결같다.
[상처 좀 봅시다]
팔꿈치에서 일회용 밴드를 걷어내자 1 ×2cm 크기 상처가 나타났다. 상처를 보던 눈과 미간은 찡그려졌고, 윗입술은 쭉 나왔다. 상처 주위는 벌겋고, 열감이 있으며, 상처 안쪽은 노란 농이 굳어져 박혀있었다. 통증까지 있다니 상처 감염 징후가 모두 그 조그만 상처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상처 난 지 오래됐는데 관리를 안 하셨네]
[옛날에는 그냥 둬도 잘 나았는데, 요즘엔 낫지를 않네요]
하며 멋쩍게 웃는다.
상처를 봤으니, 다음은 치료다. 직원을 의자에 앉히고, 과산화수소를 가득 머금은 코튼볼과 거즈를 롱폴셉으로 집어 올린다. 과산화수소는 상처부위를 지그시 누르며 굳은 농을 불리고, 거즈는 흘러내리는 과산화수소를 밑에서 받친다.
[지금 농을 과산화수소로 좀 불려서 긁어낼 겁니다. 상처 부위가 많이 컸으면 일반외과로 가서 마취주사 놓고 큐렛으로 긁어내는 시술을 받으셔야 하는데, 지금은 그리 크지 않은 상처라 이렇게 불려서 면봉으로 긁어내는 것을 몇 번 해야 할 거예요. 상처가 생기면 바로 소독을 하셔야 합니다.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같은 연고를 절대로 먼저 바르면 안돼요. 그러면 균이 있는 상태로 두꺼운 딱지가 생겨서 딱지 밑으로 균이 자꾸 자라나거든요. 연고는 바르지 않더라도, 반드시 소독은 하셔야 하고, 그리고 나면 상처는 공기나, 물과 직접 닫지 않도록 상처를 덮어야 합니다. ]
과산화수소로 불린 상처를 코튼볼로 힘주어 문질렀다. 직원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상처 치료를 위해 달리 방법이 없다. 처음이라 노란 농이 슬쩍 옅어지고 아래에서 피가 조금 배어 나오는 상태에서 중지하고 베타딘으로 소독 후 상처를 듀오덤으로 덮었다.
관리되지 않는 상처는 오래간다. 금세 낳을 줄 알고 방치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더 곪아간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꺼내서 소독약을 바르고, 필요 없이 덧자란 부분은 잘라내기도 하고, 연고를 더하고, 잘 나을 수 있게 거즈로 덮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라.
당신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그들만의 힘든 전투를 하고 있으니.
-플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