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빠르게 파악할 때 손톱과 손가락, 더불어 손을 보면 그 사람의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직업의 특성, 부지런함, 미적 감각, 성격, 불안감 정도까지.
손은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를 단박에 구분할 수 있는 척도다. 거기에 불거진 마디와 휘어진 손가락이 있다면 업무강도도 가늠할 수 있고, 손톱 밑에 기름이 끼어 있거나, 상처가 많다면 기계 수리 업무, 손등과 손목에 유난히 일자형 화상상처나 흉터가 많으면 요식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손톱정리가 잘되어 있는 사람은 괭장히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손톱의 큐티클은 1주일에 한번 정리되지 않으면 손톱 주위가 거슬거리게 올라오고, 굳은살이 생겨 손톱 주변이 매끈하지 않게 된다.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마주하면 더욱더 확실해지는 것은 그 사람의 미적 감각과 성격이다. 네일 숍에서는 고객에게 맞춤 케어와 함께 컬러선택도 도와주지만 직접 네일케어를 하는 사람은 섬세한 붓터치와 마무리를 했는지, 자신에게 맞고 계절감각과 그날의 패션 코드에 적절한 컬러 선택이 되었는지에 따라 단번에 감이 온다. 완벽주의자인지 허술해도 늘 오케이인 느슨한 사람인지 또 미적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거기에 하나 더손톱 끝이 매끈하지 않고 터들 거리는 사람. 유난히 짧아 손톱 가로길이 보다 세로길이가긴 사람은 불안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손톱 끝에 뭔가 걸리는 이물감을 참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물어뜯어야만 안정이 되니까.
그 밖에도 유난히 손톱이 길거나 파츠를 많이 첨가한 네일을 한 사람은 청소나 설거지 같은 주변 정리에 무심한 사람이 많고, 아. 손톱에 세로줄이 있으면 질병이 있거나 비타민 결핍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내가 병원과 사회에서 상대한 사람들의 대략적인 특성은 그러했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저번 주말에 쌀이 똑 떨어져 친정에 들렀다. 친정 집엔 거실에서 선풍기를 켜고 TV를 보다 잠든 아빠뿐이었다. 집안에 엄마가 없으면 가볼 곳은 한 곳뿐이다. 집 앞 텃밭.
거실 문을 살포시 닫고, 텃밭으로 돌아 나가 본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한낮은 여전히 뜨거워 얼굴을 대충 손바닥으로 가려도 인상은 자꾸만 찌푸려진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겨울에 화목보일러에 쓰일 장작더미 너머로 빨간 꽃무늬 모자가 어른거린다.
"더운데 뭐 하노?"
"어, 왔나? 덥어도 할 건 해야지. 하던 거 요것만 하고 들어가자"
엄마는 마늘처럼 생긴 시나난파(겨울초) 씨앗의 뿌리 끝부분을 가위로 슬쩍 날리고 호미로 줄을 그어 듬성듬성 던져 넣고는 흙으로 덮었다.
주방 식탁에 마주 않은 엄마는 마디마디 제갈길이 다른냥 뒤틀린 손으로 쓱쓱 농사지은 복숭아를 깎아 접시에 내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