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기 위해 매장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망설인다.
'이색은 너무 어둡고, 이색은 너무 튀고...'
고심 끝에 살구빛이 도는 면실을 집어 들었다. 실 굵기에 맞춤한 바늘도 골라 바구니에 같이 담는다.
요즘 코바늘 뜨기에 관심이 생겼다.
손재주가 비상한 직장동료가 떠준 넥키를 회사복을 입을 때마다 둘렀더니, 목이 여간 따뜻한 게 아니다. 아마도 한 땀 한 땀 정성이 넥키 곧곧에 고스란히 묻어 있어 더한 듯하다.
고등학교땐 대바늘 뜨기도 좀했지만, 코바늘은 왠지 더 어려울 것 같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나의 새로운 시작을 고 착한 후배동료가 물고를 터 준 샘이다.
어떤 걸 시작해 볼까? 유튜브를 기웃거리다 이쁜 파우치를 뜨는 화면에서 스크롤이 정지됐다.
'오늘부터 요걸 시작해 봐야겠다' 하며 눈이 반짝한다.
워킹맘의 휴일은 더 바쁘다. 아이들 방학이라 안과, 치과 정기검진을 다녀오고, 감기기운 있는 1호 약 타러 내과도 들르고, 안경알이 쏙쏙 빠지는 아이 안경도 손봐야 해서 안경점도 들르느라 마음에 쏙 드는 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시작도 못했다.
병원 다녀와 부리나케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 밥 먹여 학원 셔틀을 하고 와서, 아이들 학원 마칠 때까지 2시간의 짬이 겨우 생겼다.
나는 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유튜브를 켰다.
왼손 새끼손가락에 실의 처음을 걸고 검지로와 꺾인 실은 코바늘이 휘젓는 동작을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어 이쁜 매듭들이 완성된다. 몇 번을 감느냐, 어디에 바늘을 꽂아 실을 엮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완성된다.
'글이 언희의 유희라면, 코바늘뜨기는 실과 바늘의 유희'랄까.
실과 바늘, 지휘하는 듯한 손동작이 지나가면 아름다운 결과가 단지 하나로 연결된 가느다란 실로 가능하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하다.
2시간은 참 짧다. 실만 보고 있던 내 시선이 시계에 닿았을 때 나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부리나케 실을 정리하고 또 차키를 집어든다.
너무 재미지니, 아마 시간을 내서라도, 잠을 좀 줄이더라도 나는 완성될 때까지 또 손가락에 실을 걸고, 열심히 바늘로 지휘를 해댈 것 같다.
20대 땐 야간 마치고 병원식당에서 여사님들이 해준 미역국을 먹으면서도 너무~ 맛있어 감동을 받았었는데, 요즘엔 딱히 정말 맛있는 음식이 없다. 뭔가가 너무 가지고 싶어 물건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만지작 거리는 일도 드물다. 점점 열정적인 무언가가 멀어져만 가며 내 인생도 재미없이 밍밍해질 것 같은 요즘. 나에게 맞는 취미는 참 소중한 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는 열정과 결과에 대한 만족은 내가 살아 있음을 더욱더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요소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