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반품 택배.

by 발돋움

설도 다가오고 해서 시부모님께 티셔츠 하나씩 사드려야겠다 생각해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졌다.

그러다 요즘에 입기에 맞춤한 활동성도 좋고, 색깔도 무난하고, 도톰한 티셔츠를 골랐다.

인터넷 쇼핑에 최저가 검색은 필수!

최저가를 찾다 보니 어머니와 아버님 티셔츠는 다른 사이트에서 구입했고, 티셔츠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즈였다. 브랜드 특징인지 이 티셔츠만 유독 그런 건지 사이즈가 한 사이즈 작게 나온 듯 옷이 끼었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사드리는 옷인데 사이즈가 맞지 않으니 다운된 기분에 입이 벌써 삐죽 나와버렸다.


"어머니 제가 얼른 반품하고 한 사이즈 큰 걸로 바꿔드릴게요."


집 앞에 반품 택배 2개가 나란히 줄을 섰다.

혹여나 택배아저씨가 바꿔갈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 여자옷, 남자옷을 적어 형광색 포스트잇을 부착해 놓기 까지 했다.


다음날 집에 돌아와 보니 여자옷은 택배 아저씨가 회수해 갔고, 남자옷은 아직 집 앞에 대기 중이다.

'여자옷만 반품이 됐네..'

하며 무심히 남자 옷을 집안으로 들고 들어가는데 문자가 '딩동' 들어왔다.

내일 여자옷을 반품할 예정이니 반품할 장소의 주소와 위치를 알려달라는 택배사 문자였다.

내 손에 든 반품봉지는 남자옷인데...

현관에 서서 집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한참 문자와 반품봉지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봤다.

아무리 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택배 아저씨가 반품 옷을 잘못 들고 간 것이다!


"아니... 바뀔까 봐 남자, 여자 표시도 해놓았구먼~ 이걸 왜 잘못 들고 간 거야~"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짜증에 표정이, 말투가 일그러졌다. 왜 안 하던 효도를 갑자기 한다고 해서 이 일을 겪나.. 애먼 물건을 산 이유까지 들먹이며 화가 났다.


"택배 배달하면 바쁜데 언제 남자 여자를 확인합니까? 그리고, 운송장에 남자 여자 표시도 안돼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택배 운송장 붙어 있었던 봉지를 들고 간 거죠. "


내가 배송봉지를 바꿔 포장했던 모양이다. 하루 몇천 개 택배를 배달할 택배 배달 아저씨를 붙잡고 실랑이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퇴근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나는 석고대제라고 하는 듯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택배 봉지를 노려 봤다.

일단 도착하는 곳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받는 곳 업체에 연락을 했다. 업체 사장님은 이런 일을 겪어 보신 적이 있으셨던 모양인지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다행히 같은 회사 제품이라 저희 업체끼리 움직이는 차량이 있어서 우리 매장에 물건이 도착하면 그쪽으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제가 다시 반품접수를 할 텐데, 지금은 설기간이라 아마 설이 지나야 반품이 가능할 것 같아요."


묵은 체증이 내려앉는 듯했다.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새해 복 많~~ 이 받으세요~" 하며 상대방이 앞에 있는 양 저절로 90도 인사가 나왔다.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다. 미리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철저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 돌아 일을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면서 또 나는 뭔가를 배웠으니까. 그걸로 됐다.

앞으로 택배는 꼭 한 개씩만 반품처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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