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
"재밌어?"
"응. 그 동네 분들 다 재밌어."
계란프라이, 식빵, 잼, 생크림, 커피와 우유.
늘 먹던 평범하고 보편적이다 못해 간단하게 차린 아침 밥상에서 예상치 못한 대답은 빵을 우유로 먹는 그와 커피로 먹는 나 만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듯했다.
1월부터 신랑은 신랑이 다니는 은행의 세 개의 지점 중 가장 외진 C지점으로의 발령 소식을 전했다. 입사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A지점에서 발령이라 나는 걱정이 앞섰다.
"거기는 눈 오면 고립되고, 비 오면 산사태 나서 도로 유실되고, 다 모르는 분들이라 적응하기도 힘들 텐데."
소도시라 차로 10분 거리면 어느 지점으로 든 출근이 가능한 생활을 이어오다 산속으로 길을 낸 꼬불꼬불 외진 길을 30분 더 달려야 도착하는 C지점으로의 발령은 30분 차이였지만, 30리나 떨어진 외진 곳으로 처음 아들을 유학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처럼 애틋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습니다. 괜찮을 거야."
대수롭지 않은 듯 한 손으로 코를 비벼대며 대답하는 신랑을 보며 기우 섞인 우려를 더 하진 말자 다짐했던게 작년 말의 상황인데 재미있기 까지 하다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라면 새로운 지점으로의 발령 한 달을 보낸 지금쯤 대단한 불만을 토로할 것이 분명하다. 아침마다 위로의 술 대신 커피를 홀짝이며 신랑과 아침 식사 삼아 씹을 일들이 어마어마 할텐데, 그는 왜 그렇지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재밌어?"
식빵의 반을 잼으로 정성껏 채우고, 나머지 반을 생크림으로 채우기 위해 나이프를 크림통에 넣으며 신랑은 대답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어디 휴양소 가는 것처럼 경치가 너무 좋아. 길 따라 구불구불 가다 보면 나도 어느샌가 구불구불 계곡을 흐르는 물같이 맑아지는 느낌이야. 지점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커피 기계에 커피를 채우고, 어르신들이 지점에 오면 커피를 뽑아드려. 커피는 기계가 다 타고, 나는 버튼만 눌러 어르신들 손에 쥐어 드리기만 하는데도, 어르신들은 무슨 황송한 선물이라도 받는 듯 고마워하셔."
이야기하다 무슨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는지 피식 웃더니 다음 말을 이어갔다.
"술을 엄청 좋아하는 어르신이 있는데, 술만 먹으면 나를 불러. 근무 중엔 술 못 먹는다고 얘기해도 막무가내라 한잔 받고, 리얼하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여 드렸지. 그러니까 다음부터 안 권하시더라고. "
이게 웃을 일인가?
[길이 겁나 꼬불꼬불해. 출근할 때마다 속이 울렁거린다니까. 멀미난 체로 매일 지점 들어가니까 일이 손에 안 잡혀. 근데 어르신들은 또 왜 그리 많이 오는지. 읍내로 못 나간 어른들이 죄다 우리한테 와. 바빠죽겠는데, "여기는 커피도 안주나?" 하는 말이 들려오면, 귀마개를 하고 싶어. 어르신들이 다시는 커피 달란 얘기를 못하게 아예 커피자판기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니까. 근데 그거 알아? 세상에 개념 없이! 근무 중에 나보고 술을 먹으라는 진상이 거기 주민이야! 좀 미친 거 아냐? 와 정말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정말 고민스럽다.]
나라면...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것 같은 이 상황을 저 사람은 어찌 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
거기다 재미있다니...
한동안 나는 말을 잊고, 열심히 식빵을 씹었다.
씹고 있는 게 빵인지, 넉넉한 그의 마음에 비친 나의 옹졸한 마음인지. 헷갈려하며.
나는 열심히 무언가를 씹었다.
우리는 늘 사람을 상대하며 살아간다.
그 사람이 스트레스원이면 우리는 스트레스에 허우적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샌드위치 한입을 야무지게 입에 밀어 넣고, 우유를 마시는 그를 커피를 마시며
'저사람 뇌에는 대체 뭐가 있을까?'탐구하듯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남편이 이야기한다.
"얼굴에 쨈 묻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