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by 발돋움

내가 키우는 화분 중에선 가장 큰 녀석이다.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져봐도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한 안쓰러움에 스프레이로 물을 뿜어 줄 때마다 '이쁜이 잘 크고 있네~'하며 한번 더 쓰다듬어 주곤 했다. 거실 베란다에서 키우던 녀석을 작년 겨울이 오기 전 거실로 드렸을 때만 해도 두 그루의 나무에서 뻗어 나온 굵직한 4개의 가지 끝 통통한 다육이 잎을 무성히 펼치며 풍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거실에 들인 후 다육이 나무는 따뜻한 환경에 적응하며 다육이 잎은 더욱 촘촘해져만 갔다. 그러다, 작은 가지 끝 수없이 달려 있는 잎사귀가 길어지며 가지 끝이 휘어지더니 가지 모양이 모두 U모양으로 변해갔다. 식물 키우기에 무지했던 나는 식물이 주는 사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잎사귀가 많아지니 힘들겠구나 싶어 힘내라고 식물 영양제만 듬뿍듬뿍 추가해 주었다. 급기야 한 그루의 나무는 견디지 못하고 빽빽하게 자란 자신의 잎사귀를 바닥으로 늘어뜨리는 체 말라죽어 갔다.


나는 정말 한참 고민 했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걸까? 내가 한 판단 중 어떤 부분이 이 녀석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걸까? 하고...


가지치기...

나는 식물과 나무 키우기의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인 가지치기를 간과했다.

나의 것이라도 과한 부분은 쳐내야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내 것은 내게 다 무해하다고, 내 것은 내가 다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 한 나무를 죽음으로 내 모는 결과에 이르게 했다.


참 어리 석었다.

죽은 나무를 한 참 바라보다 긴 탄식과 함께 찾아든 깨달음에 살아있는 나무에게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카트칼을 꺼내 들었다. 칼 끝부분을 라이터로 소독한 후 가지 끝 휘어진 부분을 모두 쳐내기 시작했다.


'아픈데, 네가 살려면 어쩔 수가 없어. 조금만 참자~'


비싼 돈 드려 멋지게 볼륨업을 시켰던 헤어가 미숙한 미용사가 잘 못 휘두른 가위에 쇼트커트가 되어버린 것처럼 휑 해졌다. 어쩐지 어색하고, 볼품없어 보이기 까지 한 모습에 내가 잘한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나무는 굽어 있던 허리를 점점 펴기 시작했고, 여린 연두색 싹이 가지 사이사이 움트기 시작했다.

휴...

그제야 한숨이 놓였다.

이 녀석. 그동안 허리까지 휘어가며 천근만근 가지를 어떻게 버텼나 싶으니 안쓰럽다가, 지금이라도 깨달아 이 녀석은 살렸네 싶어 나 자신이 장하다가, 조금 더 일찍 깨달았으면 이전 녀석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가, 그래도 힘을 내 싹을 틔운 이 녀석이 대견했다가... 괘종시계처럼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추스르며 나는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 그렇게 한참 분무기로 물을 뿜어 댔다.


나에게 버거운, 힘겨운, 고통스러운, 치명적인... 나의 것들을 주렁주렁 내 것이란 책임감에 매달고 살아가기엔 내가 너무 소중하다. 그것들을 내려놓는 일도 내 살을 잘라내는 듯한 용기가 필요하겠지? 그 용기가 힘겨워, 그 후에 어찌 될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나를 좀먹고 있는 그것들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러나 비워내야만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다. 새로 돋아난 여린 잎들을 바라보며 내 삶에서도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그로 인해 움틀 새로운 나를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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