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의 조건

by 발돋움

신랑과 함께 하는 등산로에서 주인과 함께하는 강아지를 종종 만나곤 한다.


대부분 작은 몰티즈나 푸들들이라 멀리서 '귀여워~' 하는 눈빛을 발사하며 지나쳐 가곤 했는데.

그날도 늘 그렇듯 내가 먼저 앞서 오르고 두 발짝쯤 뒤이어 신랑이 등산을 위해 산을 오르던 시점이었다.

저 멀리 30m 앞에서 하얀색 중형견이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키는 내 허리춤쯤 올 것 같은 이 녀석은 나를 향해 입을 쩍 벌린체 전력 질주 하고 있었다. 동물과는 특별한 교감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나는 커다란 동물의 무서운 스피드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자기야! 자기야! 개! 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떨고 있는 나를 보고 신랑이 재빨리 내 앞을 가로막으며 산에 떨어진 막대기를 주워 들었다.

"저리 가! 저리 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던? 개에게 막대기를 휘두르자 뛰어오던 개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지더니 엉거주춤 나무뒤로 숨어들었다.

5분쯤 대치 상태를 이어가자 저 멀리서 개 목줄을 들고 있는 주인이 세상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개 목줄은 산책에 기본이지 않냐? 개한테 물리면 어쩔 뻔 했냐? 놀란 나를 뒤로 하고 신랑이 항의를 쏟아내자 개주인아저씨는 그제야 느긋하게 목줄을 체우며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우리 애는 괜찮아요. 괜찮아~"


지금도 산책 나온 과도하게 발랄한 강아지들을 보면 그때 기억이 나곤 한다. 그때 최고로 놀란 생명체는 나일까? 그 개일까? 하는 궁금증도 같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대상으로 나를 발견하고 전력을 다해 달려왔을 텐데, 나는 그 아이를 위해 준비된 마음도 동물을 대해본 경험도 전무했다. 나에게 무엇이든 갑작스런 다가옴은 설렘이나 반가움이 아니라, 고통과 불안이었으니 따뜻한 눈빛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어루만짐이 가능할 수가 있겠는가?


중학교 3학년, 2학년 두 아이들이 아직도 '엄마, 안아줘~'소리를 달고 산다.

내 딴엔 충분히 사랑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많이 모자란 모양이다. 안아달라는 아이들을 숨이 막히게 꽉 끌어안아 준다. 이제 덩치가 커서 내가 거의 매달리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콧수염이 거뭇거뭇 올라오고, 키가 장대 같아도 내 눈엔 아직 허리춤에서 과자사달라며 때쓰던 그때 그모습 그대로다.


대형견은 아직 무리겠지만, 쪼꼬미 눈망울에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는 주인 껌딱지 귀요미도 언젠가는 스스럼없이 안아주는 날이 오겠지. 상대방의 마음을 귀신같이 꽤 뚫어 보는 그 눈망울 속에 나의 사랑이 읽히기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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