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우리나라엔 '중2'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어릴 적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그렇게 하면 다친다''그런 행동하면 친구가 싫어한다'를 달고 살아 그런지. 요즘 내가 제시하는 어떠한 제지에도 아들은 반기를 바짝 치켜들고, 무조건 '안 해! 안 해!' 하며 전혀 무개념으로 반항을 하거나 아니면 '애~ 뭐 그럴 수 있지 그걸 가지고 그래~'하고 능글능글하게 넘긴다.
그날도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고등학교를 지나고 있었다. 그 고등학교에서는 드물게 횡단보도를 지날 때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직원과 학생들이 교통봉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린 학생들이 차도를 건널 때 차량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함이리라. 그런데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학생이 휴대전화에 빠져 아이들이 오고 가는 것에 관심도 없이 휴대전화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것 봐. 휴대폰 때문에 애들 위험하다고 교통 봉사하는데 봉사하는 애가 저러고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네~. 이래서 될 일이냐?"
어이없다는 나의 말투에 아이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휴대전화 게임을 진행하면서 바깥을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했다.
"엄마,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
평소엔 아이의 그 대답 후에 꼭 우라통이 터져 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아이의 말이 나의 마음속 한가운데 툭 던져져 자리 잡았다.
'그럴 수도 있다.'
마흔이 넘어서면서, 깨닫는 게 참 많아진다.
내 기준에 '맞다'와 '틀리다'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지금 실패가 꼭 실패는 아니고, 지금 성공이 모든 면에서의 성공이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이전까진 자로 잰 듯 흑과 백이 분명했던 나의 기준에 점점 회색의 범위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로또에 당첨된 이들의 비참한 최후나,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가수가 다시 서게 된 무대.
무엇이 성공이고 또 무엇이 실패와 좌절일까?
그저 삶이라는 연속선상의 x축에서 y축을 잠시 넘다 드는 것 같다. 급격한 마이너스 그래프 후엔 조금의 플러스도 나의 삶에선 거대한 의미로 다가오니까.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엄청나게 궁금한 뉴스가 지금 떴을 수도 있고, 너무나 기다렸던 메시지를 지금 읽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저 아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지금 일 수도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