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나도 엄마가 챙겨주는 밥이 먹고 싶다

by 발돋움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회사를 나와 또 다른 일터로 나선다.

퇴근하며 마트를 들러 장을 보고, 장본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자마자 두 번째 직장인 집에서 주부의 업무를 시작한다.


겉절이용 야채를 씻어 준비하고, 찌개를 끓이기 위해 다시를 내다. '아 맞다 밥.'생각이 번뜩 든다. 일전에 찬을 다 해놓고 밥이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 거다. 밥솥 뚜껑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밥이 없다. 밥통을 꺼내 씻어내고 잡곡과 백미를 섞어 밥을 안친다.

한여름. 열기가 식지 않은 저녁. 요리 불까지... 이미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밥도 먹기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다녀왔습니다~"

밥 먹을 사람들이 속속 집에 도착한다. 큰 아들, 작은 아들, 신랑...

"얼른 손 씻고 와 밥 먹게"

찌개를 국자로 푸며 말하자 아들들이 하나같이 대답한다.

"엄마 나 밥 안 먹어도 돼, 선생님이 피자 사주셨어"

"엄마 나도. 선생님이 간식 주셨어"

나는 찌개를 푸던 국자를 순간 내던질 뻔했다.


"밥을 먹었으면 먹었다고 전화를 해야 할 거 아냐!. 내가 이 집 식모냐! 집에 오자마자 더워 죽겠는데 지금까지 지들 먹이겠다고 불 앞에서 밥했구만! 나는 밥하는 게 재밌는 줄 아냐! 나도 누가 차려주는 밥 먹고 싶어! 나는 사람도 아니야! "

엄마의 과도한 반응에 두 아들과 신랑은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었다. 사태를 수습하고자 신랑이 나를 진정시켰다.

"왜 그리 화를 내. 애들이 전화를 못할 수도 있지."

나의 화가 이제 신랑을 향했다.

"그럼 당신이 이제 밥해. 나는 못하겠으니까!"


나도 엄마가 해주는 밥 가만히 앉아서 얻어먹고 싶다. 나도 회사 마치고 오면 배고픈데 배고픈 나한테 가족들은 하나같이 배가 고프단다. 특히 주말엔 엄마 점심때 머먹어? 저녁때 머 먹어? 가 내 이름 같다. 해주는 음식 맛있게 먹어주면 그저 바랄게 없이 행복했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뿔 뚝성질이 올라올 때면 나도 나 자신이 감당이 안된다.


요즘엔 예전에 엄마가 한 말이 문득 생각이 날 때가 많다. 병원 식당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한 엄마가 피곤하다며 자고 있는 나에게

"한 집에 사는데 너랑 나랑 팔자가 왜 이리 다르냐? 밥 먹고 자라." 했던 말...

겪어보니 그 마음이 백 프로 이해가 된다.


나는 엄마가 조금씩 더 이해가 되는데 엄마는 나의 서운한 마음을 백 프로 이해할 날이 오기는 할까? 세상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모녀 사이가 아직도 내가 사는 세상 저 건너편에 엄마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keyword
이전 29화그럴 수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