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둘째를 데리고 학생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중학교1학년은 소변검사, 가슴사진, 시력, 몸무게 등 종합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동글동글한 얼굴이 귀여운 둘째라 포동포동한 뱃살도 내눈엔 한없이 귀엽지만, 혹시 비만이 나올까 걱정이었다.
"키158cm에 몸무게58kg입니다."
비만도에서는 일단 정상이다. 걱정했는데 안심이었다. 검진센터에서 나와 이젠 구강검진을 하러 치과로 들어섰다. 무더운 외부에 있다 시원한 실내로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휴~ 시원하네"
그때 였다. 어디선가 낮익은 소리가 내 귓전에 들려왔다.
"악! 킁킁... 악!!"
순간 심장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것 같았다. 체구가 큰 20대 청년이었는데, 음성틱을 앓고 있었다. 아마도 20대까지 이어졌다면 '뚜렛'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구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며, 한 손으론 둘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둘째가 틱의 전조증상을 보였던건 유치원때 부터였다. 양손바닥을 자꾸만 긁어대는 아이를 보며 피부질환이 있나해서 피부과에 데리고 갔었다. 피부과에서는 아무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아이는 자꾸만 손바닥을 긁고 손톱을 물어 뜯어 손지압기를 사주고 손바닥을 물어뜯는 대신 지압기로 손바닥을 지압하라고 달랬다. 그냥, 버릇이겠거니 했던거다.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아이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근 심리상담센터에서 아이 심리 상담을 받아보니 불안도가 높게 측정되고, '틱장애'인 것 같다고 병원이나 한의원을 방문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갑작스런 진단에 당황하고, 놀란마음에 눈물을 쏟아내는 나를 보고 상담사가 했던 말을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우세요. 우셔야 되요. 어머니, 어머니가 잘못해서 아이가 이렇게 된거니까."
아이가 4살때 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위해 공무원 시험과 임용시험을 준비했고, 아이는 시어머니에게 맞겨졌다. 간호사란 이유로 입사동기는 모두 순조롭게 승진하는데 오히려 기간제, 특수업무직을 전전하는 현실이 미치도록 싫어 도전했던 일이었다. 결국 시험도 모두 떨어졌고,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에 틱장애까지 생겼다. 죄책감에 정말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 심리 상담사는 나에게 너의 잘못이 맞다고 내가 가진 죄책감이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임에 확신을 더해 줬다.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 직업에 합당한 인격상태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벼랑끝에 서 있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심리 상담사라... 심리상담사로서 자질이 없는 게 분명하다.
그후로 나는 아이에게 좋다는 건 무엇이든지 하려했다. 수업시간에도 소리를 내서 수업이 방해되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을까 'PT자료'까지 만들어 같은 아이들에게 틱에 대해 교육을 할까도 했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틱의 증상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지했고, 아이를 한해 쉬게 하고 치료를 할까해서 육아휴직을 내려 했지만 이번엔 회사에서 휴직을 내지 않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무엇하나 녹녹치 않았다.
아이에게 어떤 치료가 맞을지 엄청난 검색 끝에 틱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을 찾았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틱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크게 신경정신과에서 치료하는 방법과 한의원에서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비싸지만 안전하다는 한의원을 택했다. 어떻게든 좋은 치료를 해주고 싶은건 부모로서 다 가지는 자식에 대한 마음이겠지만, 나는 죄책감에 더욱더 그러했다. 그리고 틱에 관한 자료와 치료기관이 많다는 것은 틱을 앓는 아이들이 요즘 많다는 것이니 그 또한 조금 위안이 됐다. 치료방법이 나름 체계화 되어 있고 효과 또한 입증되어 있을 테니까.
매주 1시간 거리의 한의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 침과 약물 네블라이져, 집중력 치료를 받았고, 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환약을 먹였다. 치료비는 말 그대로 사악했다. 나의 한달 월급은 고스란히 아이 약값과 치료비로 들어가야 했다.
음성틱을 가진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내는 소리에 무던해 져야 하고, 아이가 주위 친구들에게 받는 스트레스에도 강단있게 대처해야 하며, 작은 아이가 소리내서 밖에서 아는척 하기 싫다는 첫째아이의 반응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틱은 좋아졌다, 악화됐다를 반복한다. 처음으로 좋아졌을때 뛸 듯 기뻤다가 또 악화될때는 안 나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천국과 지옥의 시간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틱은 점점 호전되어 갔다.
틱만 좋아지면 아이에게 바랄게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살이 좀 쪄서 건강에 안 좋으니 살을 좀 뺏으면... 공부에 영 취미가 없는데 나중에 직장은 어쩌나 공부에도 좀 취미를 가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나의 마음을 오늘 만난 그 청년으로 인해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틱이 좋아져서, 새삼 너무 감사한 날이었다. 그리고 치료시기를 놓쳐 어른이 되어서도 증상을 앓고 있는 그 청년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빨리 모든 틱환자가 완케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