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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나비

by 발돋움

흰나비를 보았었다.


어르신을 보내드린 다음날 주차하고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얀 것이 찾아왔었다.


가는 길을 알려주려는 듯 나보다 한 발자국 먼저 거리에서 너울너울.

가는 길에 보러 온 듯 미련을 담아 가만가만.


수의 같은 삼베 날개를 펄럭이며

이승의 짐을 다 내려놓아 가벼운 듯 나풀나풀

왼쪽 오른쪽 멀어지지도 가까워 지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나비는 앞서 날았다.


그 가냘픈 날갯짓 하나하나가

평소 웃음소리, 바라보던 눈빛, 측은한 뒷모습 같아.

더 오래 눈에 담고 싶은 욕심에 걸음을 멈추려다

가야 할 그녀 날갯짓에 비통한 미련의 무게가 더해질까 두려워

숨죽여 보폭을 줄이고, 걸음을 늦추고, 어깨가 자꾸만 뒤로 젖혀졌더랬다.


잠깐 머물던 흰나비는 가야 할 시간인 듯 하늘로 솟아올랐다.

빛나는 태양 빛에 시야가 가린 틈을 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흰나비는

다시는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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