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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지대로 살아가는 시간

by 발돋움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장항준 감독은 인생 100년 중 10년이라고 했다.

내 나이 45살. 그럼 나는 한 5년 정도는 내 맘대로 살아왔던가? 그래야 대한민국 평균치라는데.

내 맘대로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걸까?


일 하기 싫으면 놀고, 먹고 싶은 거 건강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먹고, 사고 싶은 거 가격 보지 않고 사고, 가고 싶은 데는 언제든 마음껏 떠날 수 있는 인생을 보통의 사람이 살 수는 있을까? 대체 평생에 10년이나 의지대로 즐기며 사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대한민국 정규교육 과정은 12년. 거기다 간호대학을 3년 다녔고, 졸업 후 바로 병원에 입사해 3년 그 후로 회사로 취직해 지금까지 20년.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 낳고, 방통대도 다녔고, 직장에서 따야 할 자격증도 취득했고, 며느리, 딸, 집사람, 엄마 노릇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는데. 그마저 먹는 것도 마흔이 넘어가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점점 치솟아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못 먹는 이 시점에 과하게 많은 시간을 의지대로 살아야 한다고 규정지어버린 장항준 감독이 별나라 사람처럼 느껴졌다.


프리랜서도 마감일 맞추느라, 경제적으로 허덕이느라 마음대로 못 살던데. 오직 내 결정대로 비우고 채우고, 내 맘대로 실행하고, 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을 10년이나 살다니.


뭐, 어쩌면 아주 소소한 영역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아이스커피를 마실지 뜨거운 커피를 마실지, 주말아침 눈을 뜰지 30분 더 잘지, 국간을 멸치액젓으로 할지 조선간장으로 할지 같은 거.


음.. 그래도 5년은 버거운 시간이다.

이제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집에 신랑이랑 둘이 남으면 인생을 내 맘대로 할 시간이 많이 늘어 날까?

다음엔 부모님들 연세가 많아지고,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도 봐주십사 슬쩍 맡겨올 테고. 몸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퇴사해 고정수입도 없어질 텐데.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침울해진다. 내가 언제 평균인적이 있긴 있었나 자책도 해본다.

그래도 또 퇴근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퇴근해서 밥을 해야겠지.

오늘 저녁은 또 뭘 먹나? 마음대로고 뭐고, 매일 찾아오는 밥때 메뉴선정이나 누가 정해주면 좋겠다.

대한민국 평균치 10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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