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을 무심히 뒤돌아 바라보니,
지루하게 늘어져 있던 외로움과 고통이 농축되어 고약처럼 거기 내 그림자에 붙어있다.
어둠속을 해맬때는 그림자 마저 나를 떠나버렸다 생각했는데
그 녀석은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늘 곁에 발치부터 연결된 붉은 실처럼 나와 함께 했었다.
김사민의 시 (조용한일)이 문뜩 떠올랐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 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돌아보면
늘 내 곁엔
누군가가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림자 같은 사람들. 그림자 같은 책. 그림자 같은 저녁 노을.
그 차가워 보이는 검은색 그림자에게서 넘처나는 따뜻한 온기만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따뜻한 온기만 느끼면 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