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날 있잖아. 에너지가 바닥인 날.
누군가가 마음에 짐을 덜어내려 슬쩍 혼잣말로 곁눈질 할때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는 날.
누가 어떤일을 벌렸다며 삼삼오오 성토의 장을 펼칠때도 그 무엇도 궁금하지 않은 날.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 어떤게 맞고, 어떤건 틀리다는 규칙을 멀리하고 싶은 그런 날.
내 눈앞에 보이는것, 만져지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모든것들이 버거운 날.
내 손에 든 커피잔에 커피 한모금 삼키는 것도 힘겨운 날.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 노력해야지, 버텨야지, 바뀌어야지 대신 오늘은
이런 내 모습도 원래 나잖아. 지금 내가 누굴 보살펴 하며 그냥 축 늘어져 버린다.
건전지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 가야해 가야해 마음만 지척에 둔 제자리만 까딱거리는 시계 바늘처럼.
몸은 늘어지는데 마음은 자꾸만 오그라 붙는다.
눈꺼풀은 감기는데, 심장은 쿵쾅쿵쾅 마음을 문을 두드려 댄다.
푹 퍼지는 것도, 그렇다고 날선감각으로 내 달리는 것도 다 불가능한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있을까? 내가 발을 딛고 선 이곳은 궤도 어느 즈음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