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88'의 덕선이와 동네친구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 곁을 지키는 끈끈한 친구들.
그런 드라마를 보며 나는 늘 생각했다.
'왜 내 주위엔 저런 친구들이 없을까? 참 부럽다.'
누군가가 명품가방을 들고 오든, 외제차를 타고 오든. 나는 전혀 부럽지가 않은데, 유독 친구관계가 유별난 이들을 보면 질투가 생긴다.
초등학교 땐 말이 없고 늘 침울한 아이라 물위에 뜬 기름처럼 친구들사이에 끼지 못하고 겉돌았고, 중고등학교땐 그나마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 나는 거의 친구사귀기를 포기한 것 같다.
그 당시 친구는 나에게 별 의미가 없고, 상처를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그들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친구와의 관계를 새로이 보여 주었고, 그래서 나도 그런친구라는 게 가지고 싶어 졌다.
얼마 전 수술실에 근무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동기가 전화가 왔다.
"나 이혼하려고... 너무 안 맞아. 흑..흑..."
가끔 안부 묻고 전화통화하는 사이였지만, 이렇게 전화로 힘든 고충을 이야기한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어딘데? 내가 그리고 갈께. 반차 내고 얼른 갈께. "
음식점에서 혼자 훌쩍거리고 있었던 친구를 한참 토닥여 주고, 결혼생활 경험도 공유하고, 집으로 드려 보내면서 나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오랜 의문이 풀림을 느꼈다.
'끈끈한 친구는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되어주면 된다는 것'.
그 친구는 내가 편하고 믿음직스러우니 그런 민감한 고민을 내게 먼저 토로하고, 도움을 요청했을텐데, 나는 그런 친구를 되면되면한 친구로 인식해 왔던 게 오히려 미안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동기 한 명과 같이 계모임을 하며 1년에 한 번은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말 안듣는 신입이나, 아이키우며 힘든일이 있으면
"뭐하냐? 나 힘들어. 커피사죠"하며 끈끈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며 나때문에 다른 사람이 감염될까바. 감염 전에도 감염된 후에도 회사며 사회생활에서 혼자 생활해보니 '정말 외로워서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람은 마음을 나눌 사람이 반드시 필요 한 것 같다. 학교에 다녔을때 힘든 내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친구 이야기를 받아줄 자세가 되어 있었다면 나는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늘 후회는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