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잘렸어요.

by 발돋움

평소와 같은 업무시간.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직무스트레스 측정표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때 직 원한명이 손가락을 쥐고 건강관리실로 뛰어 들어왔다.


"손가락이 잘렸어요."


남자 직원들은 장난을 잘 친다. 나는 받아 준 기억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렇게 장난을 친다. 손가락이 종이에 살짝 긁혀도, 어딘가에 쓸려 조금 피가 나도 직원들은 손가락이 잘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그냥 좀 베었거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손가락이 잘렸다 호소하는 직원의 표정에서 위급상황을 읽을 수 없었다. 만약 진실로 그런 상황이라면 당황함과 극도의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하나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 물었다.

"네? 손가락이 잘려요?"

나의 질문과 동시에 다른 동료가 건강관리실로 다급히 뛰어들어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떨어진 손가락이요."


하!. 응급상황이 맞았다!


절단 물을 손으로 받아 든 나는 상태를 살폈다. 절단면이 매끄럽게 잘 잘린 경우 접합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갑자기 위를 누군가가 가격한 듯 통증이 느껴지고 속이 메슥거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회사에 존재하는 보건관리자고, 이 상황을 빠른 판단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만 했다.


잠시 절단 물을 거즈 위에 올려놓고, 직원 처치를 시작했다. 상처 부위를 거즈로 감싸고 붕대로 감은 뒤 심장 위로 들어 올려 지혈을 시켰다. 처치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을 해야 했다.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원을 안심시키는 것.

"많이 아프고 놀라셨죠? 응급조치를 하고 바로 병원을 가면 접합이 가능합니다. 아프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환자 조치를 끝내고 절단 물 조치에 들어갔다.

멸균 생리식염수를 묻힌 거즈에 절단 물을 감싸고 봉지에 넣어 묶는다. 그리고 얼음물을 넣은 텀블러에 절단 물을 보관하여 병원까지 가져가야 한다. 텀블러... 제일 먼저 눈에 띈 텀블러는 신랑이 선물해준 크기가 넉넉한 나의 최애 텀블러였다.

1초 고민했지만, 바로 집어 들었다.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절단 물을 얼음물에 보관하여, 환자와 함께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오전에 사고가 났지만, 접합 수술은 저녁쯤에야 이뤄졌다. 3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수술에 들어간 수술은 1시간이 조금 지나서 완료됐다.


우리나라의 접합 수술 수준은 엄청난 듯하다. 접합 수술을 위해 도착한 병원에서 팔 절단, 다리 절단 환자에게서 손가락 절단 수술은 우선순위가 밀려났고 중요한 건 그들도 접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수술이 잘됐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다. 쥐어짜던 위 통증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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