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의 새로운 삶

by 발돋움

나한송.

회사에서 창립기념으로 직원 개개인에게 수경재배 식물 하나씩을 지급했다.

'식물이름 : 나한송' 태그를 달고 나에게 배달된 조그맣고 여린 식물을 바라보며 성이 나 씨인 친구 하나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반갑다 한송!. 우리 잘 지내보자."

수경재배 식물은 처음엔 참 이쁘다. 그러나 키우며 애매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재배하는 투명 바틀에 푸른색 이끼가 끼면 답이 없다. 자주 바틀을 닦아 주는 것도 재배 식물에게는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서. 나는 독단적으로 이 한송이를 화분에 옮겨심기로 했다.

물보다 흙이 영양가도 높고, 재배하기도 편할 것 같은 전혀 전문적이지도 어느 하나 지식을 바탕으로 두지도 않은 결정으로. 나에게 온 한송이는 우리 집 작은 화분에 옮겨 심어 졌다.


물도 주고 햇볕도 적당히 드는 거실 남쪽에서 한송이는 새로운 삶은 시작했다.

그런데,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한송이는 잎사귀에 힘이 빠지고, 뿌리와 가까운 잎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또 나의 무지한 생각으로 애먼 식물 하나를 죽이네... 란 생각에 들여다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녀석이 한 달 즈음 지나면서 잎사귀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축 처졌던 잎에 힘이 생기고, 새순도 돋아 났다. 적응을 마친 모양이었다. 나는 힘든 시간을 잘 버텨준 한송이가 기특해 머리를 쓰다듬듯 잎사귀를 연신 쓰다듬어 주었다.


그 사이 직원들의 책상에서 수경재배 식물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가거나, 존재감을 잃어갔다. 물 주기를 잊어 말라죽은 녀석, 물이끼가 끼어 지저분해 처분된 녀석, 이유 없이 잎이 마르고 뒤틀려 진체 책상 구석 서류들 사이 끼어 있는 녀석...


죽어가는 녀석들과 더 이상 수경재배는 아니지만, 새로운 삶은 시작한 한송이는 다른 판단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나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행동으로 옮겨봐야 안다.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몸소 체험하면 되고, 옳다면 다음에도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중요한 건 행동을 해야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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