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11년 전쯤? 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고객견학을 진행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견학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지만, 코로나 이전엔 내가 회사를 입사한 이래로 계속 견학을 진행했다.
견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유치원생, 아이를 업고 온 엄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다양한 사람들이 회사를 둘러보고 식사를 하고 선물을 받아 돌아가곤 했다.
그날은 어린이 견학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회사를 둘러보고, 싸온 도시락을 먹고, 사진을 촬영하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귀가하는 게 루틴이었다. 그래서 오전에 어린이 견학을 진행한 안내 직원도 점심식사 공간을 안내하고는 회사 밖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약속이 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내가 경험한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중 '노'를 가장 많이 겪은 곳이긴 하지만, 지금껏 잘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여직원들의 동료애였다. 지금까지도 참 돈독하다. 그러니 당연히 점심도 여직원들끼리 모두 나가서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날도 점심을 먹으러 나갈 참이었다. 그런데, 그날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점심 메뉴가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햄버거'이기도 했지만, 왠지... 그냥 나가기가 싫었다.
"언니 저는 오늘 그냥 회사 식당에서 먹을게요. 밥맛도 없고."
"나가서 먹지, 다 나가는데..."
웬만하면 나가자는 말에 대거리를 하지 않는 나 여서 회사 언니들도 의아해하며 밥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이를 닦기 위해 화장실로 가려던 참이었다.
"으앙~~"
유치원 아이들이 밥을 먹고 실내에서 뛰어노는 견학통로가 소란스러워졌다. 달려가 보니 사달이 나있었다.
견학 홀 모퉁이에 견학 온 아이가 넘어지면서 이마가 5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인근 유치원도 아니라 부모를 바로 부를 수도 없었고, 건강관리실에서 조치를 취할 상황도 아니라 거즈와 붕대로 응급조치 후 인근 성형외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 사이 아이의 부모와 통화로 봉합할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성형외과에서 아이에게 마취를 하고 봉합시술을 실시했다. 주의사항을 아이 선생님께 숙지시키고, 회사로 복귀했다. 견학 온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게 처음이라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밥 먹으러 그냥 나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한참 의아했다. 내가 왜 갑자기 밥 먹으러 나가기가 그렇게 싫었었는지.
가끔, 내가 줄곳 하던 일이 너무 하기 싫어지거나, 안 하던 일이 갑자기 너무 하고 싶어 질 때는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사건 이후로 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도 하게 됐다. 내가 회사를 나가기 위해 보았던 공무원 시험, 보건교사 임용시험,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채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던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은 모양이다. 그리고 이직을 하지 않고 이 회사에 남는 게 나에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은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