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나가기.

내 인생의 도장깨기.

by 발돋움

점심때 늘 같이 밥을 먹는 직장동료가 코로나에 걸렸다.

확진 소식을 듣고, 처음 걸렸을 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는 통화내용이 있은 후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점심을 누구랑 먹지?'였다.

코로나로 회사 내 팀별로 각자 다 다른 시간대에 식사를 하도록 배정되어 있었고, 나는 늘 그 후배와 식사를 함께 했다. 회사 메신저를 기웃거리며 식사 대상을 찾던 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점심도 혼자 먹지 못하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왜 나는 혼자 밥을 먹지 못하지?'


이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도 같이 밥을 먹던 후배가 집에 일이 생겨 점심을 못 먹게 되어 다른 팀 여직원들과 밥을 먹기로 약속했는데, 그 동료들이 나를 데려가는 걸 깜빡 잊고 그냥 가버렸다. 그 동료들은 식사를 마친 후에야 내 생각이 나 부리나케 나에게 달려왔었다.

"깜빡 잊고 그냥 가버렸다. 어쩌냐 우리 밥을 다 먹었는데."

나는 그때 '괜찮아요 언니 혼자 먹으면 돼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눈물이 핑 돌았었다.


왜 그게 그렇게 서운했을까? 그 상황이 누군가에게 나를 거절당한 상황으로 느껴졌었는지, 붉어지려는 눈시울을 갇갇으로 억눌렀다. 주책스럽게 밥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눈물이 나다니...


결단이 필요했다.

이렇게 매일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나는 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식권을 뽑고 식판을 들고, 반찬과 밥을 펐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목표는 최대한 천천히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목표대로 식사를 마쳤다.


두려움이 앞서면 나는 늘 두려움 뒤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내 나이 마흔셋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구내식당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식사를 했다. 편한 마음으로.

나는 깨야할 알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하나씩. 하나씩. 도장깨기 하듯.

머뭇거리지 말고. 한번 시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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