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유산 후 6개월
작년 9월, 결혼기념일이 막 지났을 때 임신을 했다. 임신을 하고 10주간의 임신기간을 보냈다.
8주차에 절박유산 진단으로 2주를 쉬고 이제 막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려던 금요일이었다.
진료를 위해 엄마와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오늘부터는 초음파 촬영이 된다고 해서 초음파 촬영을 위한 카드도 사고 아이를 만날 준비를 했다. 질초음파를 시작하자마자 의사선생님께서 초음파 촬영을 멈추셨다.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했다.
뛰지 않는다는 말에 너무 놀라 눈물을 흘리고 바로 소파술을 하는게 좋겠다는 진단에 울면서도 다음날 바로 소파술을 위해 수술 날짜를 잡고 왔다.
집에 와서 남편과 펑펑 울면서 수술을 위해 먹은 한알의 약으로 아기집이 배출되었던 것 같다. 뭔가 물컹한 그것을 낳고 변기에 내려보냈다. 차마 무서워서 뭔가를 볼 수가 없었다. 다음날 수술을 하고 펑펑 울면서 아기를 떠나보내고 다시 한번 2주간의 유산휴가를 받았다.
휴가기간동안 미역국도 먹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눈물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눈물로 1주일을 보내고 엄마와 함꼐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오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회사에 나가 괜찮냐는 위로의 말에 가끔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대한 잘 될거라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릴려고 노력하고 시간을 보냈다.
11월, 12월 바쁜 와중에 머리가 너무 아파 토를 하기도 했고 몸상태가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생리의 양이 줄었고 주기가 틀어졌다. 다시 한번 임신을 준비해야한다고 남편과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쉽지가 않았고, 남편의 승진 준비로 모든 것이 정신 없었다.
1월, 2월에는 바쁜 업무를 하느라 자주자주 출근을 했고 남편과 베트남 여행도 다녀왔다. 코로나커플인 우리에게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리고 이석증 진단을 받고 여러가지 검사도 했다.
3월, 다시 업무를 시작하고 다시 임신 준비를 했다. 3월달. 실패했다.
4월, 다시 업무를 시작하고 다시 임신 준비를 했다. 배란 10일차. 단호박이다.
벌써 유산을 한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5월달이면 아기를 낳을 예정일이었다.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5월 초 생리기간에 맞춰 난임병원을 예약해두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 4월부터 남편과 헬스를 시작했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살도 뺴고 임신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잘될지 의심의 마음이 든다. 마음 한편으로는 잘되겠지 하면서도 임테기를 할 때마다 실망감이 밀려온다.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더 큰 아픔을 겪으신 분들이 있겠지만, 주변에 아이를 잘 임신하고 건강하게 출산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질투가 난다.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내가 증오스럽기도 하다. 살이 찌면서 나의 체지방률 때문에 임신이 안되는가 하는 생각, 술을 한잔 해서 임신이 안되는가 하는 생각, 러닝머신을 뛰어서 임신이 안되는가 하는 온갖 생각이 흘러간다.
그렇지만 다시 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혹시 임신이 잘 되지 않아서 난임병원에서 시험관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를 꼭 가지고 싶다.
멋지게 다시 찾아와줄 아이야, 이제 곧 다시 와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