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희 Sep 02. 2023

운동을 생각하는 하루

차라리 잊어버렸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얼른 헬스장 등록하자고, 동생이 나를 끌어들여서 했던 다짐을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열심히 운동할 자신이 없다. 대신 나는 동생과 같이 새로 발견한 산책로를 왕복하는 게 좋다. 그녀가 완만한 길을 오르면서 이것도 훈련이 되겠지, 하고 물어볼 때 좀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다.      


‘훈련’에는 ‘가르칠 훈’에, ‘불릴 연’ 자가 쓰인다.     

 

1. 기본 자세나 동작 따위를 되풀이하여 익힘.
2. 가르쳐서 익히게 함
3. [교육]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제적 교육 활동. 정신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이 있다.     


국어사전에서의 의미는 이와 같다. 단어의 사전 정의들은 대개 공통점을 가지며 이어져 있기에, 여기서 겹치는 부분은 이렇다.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활동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반복하여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훈련이 필요한 상황은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이자, (가혹하게 말하면 완전하지 않은 상태)

-반복해서 습관화하지 않았을 때, 관성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했을 때 나빠질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더 나빠지려고 목표를 세우진 않을테니까)     


훈련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상태가 어떤 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고, 계속해서 인위적인 시도를 했을 때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생각은 엄청난 심리적 거부감을 주는데, 이게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은 꽤 이상하다. 사람은 자기 몸을 엄청 사랑하더라도, 그 상태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운동하고 훈련하는 것을 계획할 수 있다.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다가는 몸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나 더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물론 주변 환경이 그 결심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육체의 훈련을 놓고 늘 먼저 자기애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게 정신의 문제로 넘어가면 말이 달라지지만 말이다. 우리는 ‘내 생각이 좀 달라져야겠어. 더 나아지고 싶어’, 라고 하면 자학을 멈추라고 말하는, 그런 뒤틀린 문화에서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대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생각해서 좋을 게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말을 더듬고 차림이 볼품없고 어딘가 강박적으로 보이고 어수룩한 사람이 있다. 내가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면 그를 우습게 볼 것이다. 다른 이들이 우습게 여기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면서. 나의 차별에 이유를 붙이기도 하겠지. 저 사람은 너무 ‘의존적’이라는 식으로. (그렇지만 세상에 타인을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내가 이 같잖은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강자와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어쩌면 본성과도 같아 보이는 악함을 거슬러서 인위적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반복해서 익숙해질 때까지. 내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서 정답이 다 나온다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초보를 어린이에 빗대는 신조어에 당사자들이 불쾌해하는 것도 그렇고, ‘빠른 무료 배송’에 들어가는 노동의 대가도 그렇고, 그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착한 마음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착한 마음으로 알기에는 차별과 무례가 너무 거대하고 촘촘하다. 관성대로 풀어져 있으면 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불편하게 바른 자세로 서서 배우고 익히기를.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세어 보며 하는 이 다짐은 잊지 않겠다.                                                                                      

작가의 이전글 글을 써서 일하는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