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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폭삭 망했수다

by young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을 때, 저는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긴장, 그리고 불안 속에서도 버텨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자격증 한 장이 제 앞길을 보장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구직 사이트를 뒤져도 경력 없는 사회복지사를 반기는 곳은 드물었고, 그러다 겨우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겨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때부터 여러 회사들의 면접 후기와 팁들을 열심히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대기업의 면접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임원 면접 도중 갑자기 웬 청소부가 들어왔고, 임원들은


"청소를 마치고 면접을 재개합시다."


라고 말해서 지원자들은 면접을 보다 말고 청소가 끝나기를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소부가 지원자들이 앉아 있는 곳을 청소하려고 하자 다른 지원자들은 일어나지 않은 채 다리만 한쪽으로 치운 반면, 한 지원자 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까지 손수 치워줬다고 합니다.


이에 면접관들이,


"지금 면접 중인데 왜 일어 난 겁니까?"


하고 물어봤는데, 그 지원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지금 청소하고 있는 분도 제가 다닐 회사의 선배님일 텐데 어떻게 새파란 후배가 앉아있을 수 있습니까? 면접관님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선배님이 청소하기 편하시라고 비켜드렸습니다."


사실, 그 청소부의 정체는 지원자들의 인성을 보기 위해 청소부로 위장한 회장님이었고, 결국 의자를 치워준 지원자만 합격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저도 면접 중에 누가 들어오면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면접 팁들을 읽어나갔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었던 팁은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줄줄 외워서 가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면접 전날까지 회사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란 정보는 모두 줄줄 외웠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는 기본이고, 회사 연혁부터 심지어 이사장의 인사말까지 모조리 외웠습니다.


면접 당일, 회사에 대한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장에 들어섰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은 저는 약간의 긴장과 기대를 가지며 면접관의 입에서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면접관이 입이 열렸습니다.


"자, 자기소개 해보세요."


.. 아뿔싸.

회사에 대한 내용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제일 기본인 자기소개에 대한 준비를 안 했던 것입니다.

준비했던 질문이 나오지 않자 갑자기 머리는 새하얗게 변했고 당황 저는 어제 면접팁에서 봤던 자기소개를 할 때 최악의 답변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어..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버린 저는 예상했던 질문들도 더듬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역시나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불합격을 하고 나서 자기소개까지도 완벽하게 숙달한 다음 간 두 번째 면접장.

자기소개도 매끄럽게 했고, 면접관의 질문에도 무난하게 잘 대답을 해서 이번에는 합격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면접관 중 한 분이 대뜸 본인 주머니를 더듬다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어, 아까 여기 주머니에 10만 원을 넣고 들어왔는데 없어졌네요. 혹시, 10만 원 못 보셨어요?"


저는 10만 원은커녕 종이 한 장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의 표정이 삽시간에 무섭게 변했습니다.


"oo 씨, 우리 센터는 치매 환자를 주로 담당하는 센터인데, 만약 치매환자가 돈 없어졌다고 할 때도 그냥 앉아가지고 못 봤다고 할 거예요? 같이 찾아주는 시늉이라도 하던가 공감을 해줘야지."


저는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했고, 2번째 면접도 그렇게 불합격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습니다.


한 번에 합격한 사회복지사 1급처럼 취업도 한 번에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몇 달동 안이나 취업에 실패를 하자, 점점 자신감도 떨어져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취업 준비하면서 마냥 집에서 놀 수는 없으니 자원봉사라도 하자고 마음을 먹었고, 인근의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감도 다시 얻고, 실무도 어깨너머로 보면서 현장경험도 조금씩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원봉사로 3달을 보내고 추운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아이의 심리상담에 동행했다가 복지관으로 돌아오는데, 복지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여러 대가 복지관 앞에 있었던 것입니다.


급히,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니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고, 아주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기를 옥상에서 던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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