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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1급, 합격률 20%에 도전하다.

by young


4개월 만에 드디어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많은 응원을 해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정말 빠르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사회복지학과도 물론 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를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사 1급 시험입니다.


사회복지사는 2가지의 급수로 나뉘는데,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주어지고

별도의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만 있어도 대부분 취업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 보유가 의무인 사회복지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복지관의 관장이나 장기요양기관의 장도 2급 이상이면 상관없기 때문에 2급 자격증만 따서 기관을 설립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4년제의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응시합니다.

4년제를 나온 사회복지사들이 보통 취업하는 곳은 주로 복지관인데, 복지관도 사회복지사 1급이 의무는 아니지만 사회복지사 1급 자격 보유자를 우선 채용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1급 자격증이 없으면 복지관에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졸업시험이 끝난 후에는 이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도 나름 국가시험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총 8과목을 시험 쳐서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지만, 1과목 당 수백 페이지의 내용이 있는 데다, 한 과목이라도 40점 미만이면 무조건 불합격이 되는 과락이라는 제도까지 존재하다 보니 당시 평균 합격률은 20%대에 불과했습니다.(현재는 30% 정도라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1급시험에서 치는 8가지의 과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책상 위에 교재를 쌓아두고 바라보는데, 속으로 이런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건... 사람이 치는 시험이 아닌데?'


처음엔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꼭 복지관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사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동기들과 후배들은 합격을 하는데 나만 떨어지면 얼마나 수치스러울까를 생각했습니다.

또, 실습을 하면서 많이 부족한 것들을 느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면서 더욱 전문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제 하루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는 요약집을 붙잡고, 도서관 책상 위에는 빈 커피 캔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달력에 빨간 펜으로 "D-30, D-20"을 써 내려갈 때마다 긴장은 점점 커졌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다름 아닌 사회복지 법제론이었습니다.

법과 무관하게 살던 저에게 사회복지와 관련한 법들을 외우는 것은 매우 고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쳐본 모의고사. 총점은 간신히 60점을 넘겼지만, 한 과목이 38점.
'과락'이었습니다.


역시나 가장 자신이 없었던 사회복지 법제론에서 과락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던 그 밤, 스스로를 얼마나 책망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더 절박해진 마음으로 교재를 붙잡고, 버스 안에서도, 밥 먹으면서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책장을 넘겼습니다.

특히, 약했던 사회복지 법제론을 위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이번에 끝내자. 다음 기회는 없다.'

그 다짐 하나로 버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 당일.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손은 떨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갔지만,
버스 안에서 졸며 외웠던 법조항, 책상 앞에서 수십 번 되뇌던 문장을 되새기며 시험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1교시에는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사회복지조사론 2개의 과목으로 총 50문항을 50분 안에 풀어야 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과목이었는데, 첫 문제부터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첫 문제부터 안풀리자, 식은땀이 흐르며 손은 더욱더 떨렸습니다.

정신 없이 풀고 나자, 곧바로 2교시가 시작되었습니다.

2교시는 사회복지실천론, 사회복지실천기술론, 지역사회복지론으로 총 3과목을 풀어야 했습니다.

과목이 늘어난만큼 전보다 더 빠르게 풀어야했습니다.


2교시가 끝나자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을 먹었지만, 이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심지어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3교시가 시작되었습니다.

3교시는 제가 가장 어려워하던 사회복지행정론, 정책론, 법제론 3과목이 다 몰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식곤증'이었습니다.


긴장감 때문에 전혀 졸릴거 같지 않았는데, 그간 밤새며 공부한 피로와 점심식사로 인해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마지막 5분까지 답안지를 붙잡고 싸웠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치고 나오는데, 망했다는 느낌이 곧바로 들었습니다.

대학도 재수를 해서 겨우 들어갔는데, 1급시험도 재수를 해야되다니..

시험이 끝났다는 후련함보다는 '더 공부할걸' 하는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문제는 시험을 치고 합격자 발표까지 한달이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일이나 다음날 정도라도 발표가 나온다면 심적인 고통이 덜할텐데, 한달동안 합격일까 불합격일까로 매일같이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야했습니다.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친구들과 놀아도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뒤, 합격자 발표 날.

일부러 가족 모두가 나간 시간에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컴퓨터를 켰습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수험번호를 입력하는데 손가락이 덜덜 떨렸습니다.

확인을 누르고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뜨는데 모니터에 한 문장이 보였습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순간,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합격사실을 알리고 죽은 듯이 하루종일 잠을 잤습니다.

드디어 진짜 사회복지사에 한발 다가선 것입니다.


합격은 단순히 ‘시험을 통과했다’는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저는 포기 대신 버티는 법을 배웠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끝까지 해내는 제 자신을 처음으로 믿게 됐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제 청춘의 가장 뜨거운 기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은 합격했지만, 취업이 생각보다 쉽게 되지 않아 자원봉사로 시간을 보내던 중,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한 사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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