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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한계가 만들어내는 개성있는 디자인

오히려 좋아! 디자인 할 때 tool tool 거리지 말기☆ - 최민서

한계가 만들어내는 개성

디자인 작업을 하다보면 아직 발전되지 않은 기술이 디자인을 발목잡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디자인에 제약이 없어진다면,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더 창의적인 디자인이 마음껏 나올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물론 디자인 자체가 상상을 실제 세계에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를 따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기술의 한계로 창작이 제한되어 항상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던 중 1학기 시각디자인기초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디자인의 요소(형태, 색감, 레이아웃, 질감 등)은 시대의 역사의 맥락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이후 디자인 레퍼런스를 볼 때 이 디자인은 왜 이런 형태와 색감과 레이아웃의 스타일을 가지게 되는지를 눈여겨 보았다. 그리고 과거 기술의 제약이 만든 개성적이면서도 시대를 담은 디자인을 발견했다. 나는 한계가 개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을 해보며 그 사례를 깊이 관찰해보았다.

어쩌면 기술의 한계가 디자인에 개성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기술의 한계는 디자인에 개성을 만들어주는가?

사회에 활용되는 기술의 형태에 따라 우리의 행동양식이나 생활 속 사물의 형태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기술의 발전 정도는 특정한 시대를 구분짓는 기준선으로 기능한다. 사진술의 발명, 증기기관차의 발명, 인쇄술의 발달, 컴퓨터의 발명, 스마트폰의 등장 등이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은 일상에서 직접 대중이 사용하는 예술이다. 당시의 기술이 반영되어 사물이 디자인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다. 그 시기에 만들어진 사물은 비슷한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시각적(혹은 다른 감각으로 느낀) 디자인 요소를 범주화하여 하나의 디자인 스타일로 정의하게 된다.

특정 시대에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했던 경험은 우리에게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당시만의 독특한 생활 방식에서 우리는 특별한 감성(ex : 힙함, 세련됨, 클래식함, 모던함, 올드함, 차가움, 인간성 등) 을 느끼기도 한다. 현대의 시선에서 특정 시기를 과거로 인식하여 생기는 그리움의 감정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디자인 요소 중 감성이 느껴지는 지점을 독특한 개성이라 여긴다. 결국 기술의 제약이 시대의 특징이 반영된 개성적인 디자인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술의 한계가 만들어낸 디자인 스타일 사례

오히려 기술의 한계는 그 시기를 보여주는 개성적인 디자인 스타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1. 20세기 미국 카툰 스타일

https://namu.wiki/w/로이 리히텐슈타인 <음 어쩌면>
https://ko.wikipedia.org/wiki/슈퍼히어로물 <어매이징 맨>

20세기 미국의 광고와 카툰 스타일의 디자인을 보자. 비비드하지만 빛이 바랜듯한 컬러와 단색의 활용, 점으로 명암이 칠해진 특징이 있다. 사진이 점으로 묘사되는 것은 20세기 신문이나 카툰 등의 인쇄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효과로 ‘하프톤 효과’로 불린다. 현대에 레트로 풍으로 활용되는 디자인 스타일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세기에는 대량 생산 체제가 자리 잡고 소비주의 문화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아직 인쇄술은 대량의 인쇄물을 질 높게 만들기 어려웠다. 인쇄술에 제약에서 색감을 구현하고자 cmyk 색감의 점이 교차되어 나오는 하프톤이 등장했다. 또한 대량의 인쇄물을 다양한 색감으로 구현하기 어려웠기에 원색이 단색으로 많이 쓰였다. 잉크의 다양한 색감이 아닌 검정색 도트 패턴을 통해 그림자를 표현했다.

또한 디지털 매체가 발전하기 전 인쇄물이 더 많이 쓰이던 시대였으므로 인쇄물이 주는 특징이 디자인 스타일에 반영되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는 지류의 특징이 비비드하지만 채도가 낮아진 컬러 스타일의 특징이 되었다. 또한 인쇄물의 긁히거나 손상 입은 흔적이나 잉크가 잘못 찍혀 어긋나는 인쇄물의 면 처리도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는 이러한 스타일을 레트로 디자인으로 활용한다. 디지털 그래픽에서도 이 색감이나 지류의 질감을 구현하고자 하며 일부로 어긋난 면처리로 그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당시 인쇄 기술의 한계가 하나의 디자인 스타일의 특징으로 된 것이다.


2. 초기 디지털 시대의 픽셀아트 그래픽

https://adstorepost.com/31 (픽셀아트)

초창기 컴퓨터가 등장하는 시대에 비디오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픽셀 아트도 기술의 한계에서 나온 스타일이다. 픽셀아트는 큰 픽셀에 색을 채워 단순화된 형태와 아웃라인, 지금의 디지털보다는 제한된 rgb 색감이 특징이다. 현대에서 키치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이나 고전적인 감성을 낼 때 쓰인다.

픽셀 아트 이미지는 큰 픽셀의 초기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한계였다. 우리가 현대에 보는 눈으로 구분을 못할 정도의 작은 픽셀을 만들 순 없었기 때문이다. 사각형 형태를 숨길 수도 없을 뿐더러 픽셀 당 하나의 색으로 채워져야하기에 화면 안에 한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화된 형태로 시각화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는 8비트, 16비트 컬러로 제한된 색감을 사용하였는데, 그렇기에 이 색감이 픽셀 아트 디자인의 특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신 기술로 나온 디지털 이미지이지만 도트를 일일히 찍어야 했던 작업 과정을 가진다. 이에 따라 픽셀 아트를 제작하는 사람은 효율적인 제작을 위해 적은 색감과 아웃라인을 그리며 제작하게 되었다. 수공예적 작업 형태로 픽셀아트에는 디지털이라는 신기술에서 인간성이란 감성이 묻어나온다.


기술의 한계는 어떻게 디자인의 개성이 될까?

디자인에 시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 편리했던 디지털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진심을 다해 행동해야했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온정을 느끼고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기에서 혁신성과 역동성을 느끼기도 한다. 감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은 형용할 순 없지만 왠지 더 눈과 마음이 가는 매력이 담긴다.

여기서 기술의 한계는 한 시대를 특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작용한다. 사진술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기로 역사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기술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시각적 특징(혹은 다른 감각으로 느끼는 특징)을 디자인 요소로 잘 활용한다면 다수의 감성을 자극하는 개성적인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현대의 기술적 제약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

현대에는 ai 기술이 눈 여겨볼만한 기술로 생각한다. 생성형 ai(챗gpt, 미드저니, 코덱스 등)가 일상에 보급되면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쉽게 글을 쓰거나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더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술이 더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하는 기술에서도 우리는 아직 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외형과 거의 비슷하지만 아직 움직임에서 어색하여 이질감이 느껴진다. 생성형 ai의 창작물도 어딘가 어색한 지점이 있다. 미드저니로 만들었다고 유명해진 해리포터 인물들의 발렌시아가 광고 영상에서도 형상은 실제 사람처럼 비슷한데 입만 움직이는 등 어색한 장면들이 많다. 이는 불쾌한 골짜기로 다가온다. 불쾌한 골짜기는 일정 정도 이상으로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 일정 순간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인공지능의 불쾌한 골짜기 감성을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젠틀몬스터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https://youtu.be/nGzDI4ShrhQ?si=sA_8j126wwDaIwC0

위 영상은 젠틀몬스터의 나노 컬렉션의 캠페인 ‘the circle of life’ 영상이다.

영상에서 입체적인 사람 각각을 콜라주한 것처럼 겹쳐 놓은 장면이 보인다. 사람 자체는 실제같은 형태이지만 뒷사람에게 지는 앞사람 그림자나 같은 빛을 받은 듯한 보정을 하지 않으므로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상 전체에서 문어와 개, 고양이와 박쥐 등으로 합성된 만든 생명체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연출은 미드저니를 통해 무료로 합성한 어색한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젠틀몬스터는 인공지능의 부자연스러운 기술의 특징을 실험적이고 환상적인 감성의 디자인으로 예술적이고 도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기술의 한계를 적절히 활용하여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 점이 젠틀몬스터의 디자인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한 디자인은 많지만 기술의 구현 한계는 가리려고 할 뿐 이를 개성으로 풀어나가는 디자인은 아직 많지 않다. 이 시점에 기술이 제한하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본다면, 독창적이면서 동시대인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는 디자인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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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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