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11화

흉터

이제 보이지 않는 흉터.

by 기억삭제



불에 달궈진 바늘 끝의 열기가 하얀 어깨 위에 빨간 자국을 남기는 불주사는 유독 흉을 잘 남겼다.


가만히 두어도 작지 않은 흉을 남기는 그 불주사가, 녀석과 나에게는 예방이 아닌 서로의 약점으로 작용했었다.


부어오른 부위를 때려 성나게 하고, 터져버린 상처를 다시 터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물 때를 기다려 또다시 할퀴었다.


마치 증오하는 크기를 흔적으로 남기려는 것처럼.


핏빛으로 번지는 상처의 크기는 점점 넓어져갔다. 나와 녀석은 그렇게 서로에게 각인처럼 흉터를 남겼다.


녀석과 나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3개월은, 각자의 왼쪽어깨에 볼록한 불주사 자국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지나 잊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중학생 된 나는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북적거리는 버스에 올랐다.


더는 뒤로 들어가지 못하고 앞문쪽에서 겨우 버티며 있는데, 또 다른 중학교 앞을 지나는 정류장에서 녀석이 버스에 오르려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많은 아이들 틈에서 그리도 금방 녀석을 알아보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다시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 반사적으로 내 두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나는 그 복잡한 버스에서 맨 뒷자리까지 질주하듯 숨어들었다. 나의 모습에 놀란 친구들이 물었지만, 차마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갔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녀석과 나의 3개월과 맞닿아 있던 아이를 같은 반에서 만났다. 내 이름을 듣던 그 아이가 내게 물었다.


"니가 ○○이한테 맞다가 도망간 가가?"


당시 다른 반이었던 그 아아가 알 정도로 녀석은 유명했다. 잠깐이었지만, 그 유명한 녀석의 새로운 놀잇감인 나 또한 함께 유명해졌었다.


그렇게 묻는 그 아이의 말에 잠시 기분은 상했지만, 이제 더 이상 녀석의 이름에 가슴이 답답하지도 심장이 뛰지도 않았다.


"아이다, 나도 마이 때릿다. 낸테도 맞았단 말은 안하드나? 그라고 내가 전학간건 도망이 아이고, 내가 선택한기다."


그 아이는 내 말을 믿는 눈치가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더는 그런 눈빛에 내 가슴이 반응하지 않았기에.


이어 그 아이가 들려준 녀석의 소식은, 중학교 과정조차 마치지 못했다고 했다. 어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녀석의 중학교 퇴학 소식이 이제와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상처에 딱지가 앉으면 흉터로 자리 잡는다. 그 흉터는 세월에 쓸려 자국만을 남길뿐이다.


상처가 흉터가 되기 전까지는 많이 가렵고 신경 쓰이지만, 이미 흉터가 되어버리면 흔적만 남겨진다.


내 살도 아닌 그 돌기는 아무리 건들어도 자극받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남의 살처럼 튀어나왔던 흉터는 내 살인 것처럼 달라붙어 어떨 땐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러다 가끔 덜 아문 듯 가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상처는 기억의 흔적을 때때로 떠올리게 한다.


그 기억들이 싫어 또 다른 기억으로 덮어 버리고 싶지만, 잘못된 선택은 더 큰 흉터를 만들어 내는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기억이 흐려지고, 흔적도 옅어진다.

아직도 내 왼쪽 어깨에는 흉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젠 위치도 헷갈려 손으로 더듬어야만 겨우 손끝에 느껴지는 흉터는, 어느 순간부턴 눈에 잘 띄지도 않으며 찾아내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가끔은 그곳에 흉터가 있는지조차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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