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하는 나, 참는 나 - 신경계와 감정의 리듬을 다시 배우다
나는 어떤 감정이든 ‘즉각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몸이 먼저 긴장했고, 마음이 앞질러 상처를 예감했다.
그 순간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관찰’하기도 전에
이미 ‘반응’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응 뒤엔 늘 피로감이 따라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건 감정이 유난히 많은 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의 신경 구조 때문이었다는 걸.
누군가의 기분 변화나 어조의 미세한 차이를
내 신경계가 즉각 감지하고
‘위험 신호’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긴장했고,
그 긴장은 몸과 마음을 모두 소모시켰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시도해본다.
필요한 건 억제나 인내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연습’이다.
말하기 전에 한 박자 숨 고르기.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 입으로 나오기 전, 마음속에서 한 번 되새기기.
‘느낌’을 ‘사실’로 착각하지 않기.
감정의 여운을 두고 판단하기.
가슴이 쿵 내려앉을 때 손끝 감각에 집중하기.
이 짧은 ‘멈춤’의 순간이
내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
“내가 느낀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의 몫이다.”
이 문장을 되뇌면,
감정의 파도는 조금씩 잔잔해진다.
느림은 회피가 아니라, 존중의 형태다.
나 자신을 향한 존중, 그리고 관계를 지키는 존중.
요즘 나는 감정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정의 리듬을 조율하려고 한다.
감정이 내 안을 흘러가게 두면
그건 나를 잠식하지 않고 지나간다.
감정을 천천히 다루는 법,
그건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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