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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속도를 늦추는 법

반응하는 나, 참는 나 - 신경계와 감정의 리듬을 다시 배우다

by 가온담


감정이 빠르게 반응하는 나의 신경 구조를 이해하는 일,

그건 억누름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었다.

이 글은 즉각 반응 대신 ‘잠시 멈춤’을 선택하는 법을

몸과 마음의 리듬으로 배워가는 이야기다.





나는 어떤 감정이든 ‘즉각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몸이 먼저 긴장했고, 마음이 앞질러 상처를 예감했다.


그 순간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관찰’하기도 전에

이미 ‘반응’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응 뒤엔 늘 피로감이 따라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건 감정이 유난히 많은 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의 신경 구조 때문이었다는 걸.


누군가의 기분 변화나 어조의 미세한 차이를

내 신경계가 즉각 감지하고

‘위험 신호’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긴장했고,

그 긴장은 몸과 마음을 모두 소모시켰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시도해본다.

필요한 건 억제나 인내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연습’이다.


말하기 전에 한 박자 숨 고르기.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 입으로 나오기 전, 마음속에서 한 번 되새기기.

‘느낌’을 ‘사실’로 착각하지 않기.

감정의 여운을 두고 판단하기.

가슴이 쿵 내려앉을 때 손끝 감각에 집중하기.


이 짧은 ‘멈춤’의 순간이

내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

“내가 느낀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의 몫이다.”

이 문장을 되뇌면,

감정의 파도는 조금씩 잔잔해진다.


느림은 회피가 아니라, 존중의 형태다.

나 자신을 향한 존중, 그리고 관계를 지키는 존중.


요즘 나는 감정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정의 리듬을 조율하려고 한다.


감정이 내 안을 흘러가게 두면

그건 나를 잠식하지 않고 지나간다.


감정을 천천히 다루는 법,

그건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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