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끝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거창한 성취도, 극적인 변화도 없었지만 무사히 하루를 지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조금 놓인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이 평온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위해 조금 더 애써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지금’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과거의 선택 위에서 걷고 있다. 예전에 하기 싫어도 미루지 않았던 일들, 불안해도 도망치지 않았던 순간들, 괜히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참았던 시간들. 그 사소하고 고단했던 장면들이 모여 오늘을 만든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어서 허무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 당장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도 났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선택은 조용히 나를 떠받치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기초공사처럼.
지금의 나는 가끔 삶이 단조롭다고 느낀다. 특별히 자랑할 일도, 크게 흔들릴 일도 없는 날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잔잔함은 과거의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움직이고 수고 덕분이다. 다름 아닌 과거의 나.
어제의 나는 분명 완벽하지 않았다. 실수도 많았고, 후회도 남겼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설프더라도 계속 살아냈고, 끝내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속으로 인사를 건넨다.
“고생했어.”
그 말은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나를 다독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더 잘했어야 한다고, 더 멀리 갔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만, 사실은 이미 꽤 많은 시간을 견뎌왔다. 그 견딤이 오늘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의 나는 또 언젠가의 ‘어제’가 될 것이다. 미래의 내가 지금을 떠올리며 “그래도 그때 내가 버텨줘서 여기까지 왔지”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오늘을 함부로 보낼 수는 없겠다.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 성실하고, 조금 친절하고, 조금 더 용기 있는 하루면 된다. 그 작은 태도들이 쌓여 또 다른 내일을 만들 테니까.
어제의 나에게 늦은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도, 같은 마음을 미리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