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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Jul 29. 2022

사랑하는 미운 엄마

당신의 투자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사람들이 아버지를 붙들고 한 이야기가 뭐였는지 아는가? 항상 돈 이야기였다. 돈, 돈, 돈 걱정... 그때부터 나는 가난을 혐오하게 되었다. - 책, '보도 섀퍼의 돈' 중 -     


책을 읽으며 왜 이렇게 당신 생각이 났을까?

    사회초년생 시절 돈을 모으며, 나는 지독히도 엄마가 미웠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돈 한 푼 없이 20년 넘게 모신 시어머니에게 쫓겨나 남은 거라곤 철없는 남편이 몰래 다른 여자에게 사주었을 선물들과 밥값들로 쌓인 빚 밖에 없는 세상 불쌍한 여인인 엄마가,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나는, 왜 미웠을까?


    매일 새벽 열심히 기도하고 자신과 자신의 버릴 수 없는 딸과 아들이 맘 놓고 살 수 있는 집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던 엄마가 미웠던 이유는, 사실은 아마.. 어머니가 아닌 가난이 미웠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멍청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하나같이 희망과 기다림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라는 옛말은 그래서 틀린 말이 아니다.   - 책, '보도 섀퍼의 돈' 중 -  


 약수역 3번 출구,낡은 철물점 옥상 위

    1년 후면 철거될 무허가 건물 속에서 퇴근길과 출근길 거의 매일 들어야 했던 바퀴벌레들의 시체 밝히는 소리와 뭉개지는 느낌은 내 마음을 괴롭게 했다. 엄마의 기도가 미웠던 이유는 아마 보도 셰퍼가 이야기하는 '바보 멍청이'가 우리 엄마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엄마, 엄마가 하는 보험판매 일만으로는 엄마가 원하는 우리가 맘 놓고 바퀴벌레 시체 밟는 일 없이, 집주인에게 목욕탕에 김 서리지 않게 한 겨울에도 창문 열고 샤워하라는 훈계 듣는 일 없이, 언제 다시 누전돼서 불이 꺼질까 두려워 신발장에 촛불 한 각 사다 두고 안심하는 일 없이 살 수 있는 집은 생기지 않아.. 우린 무언가 바뀌어야 하고 무언가 노력해야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어.."라고 하고 싶던 말을 끝내 하지 못한 나 자신이 미웠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그 지옥에서 나와 이렇게 글을 쓰는 여유까지 생겼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엄마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자식에게 그런 얘기를 듣고 웃을 수 있기엔 우리 엄마의 몸과 팔뚝은 너무 가녀린 여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을 남긴다.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자 내 생명에 은인에게.


엄마, 엄마는 지금처럼 기도만 해


변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엄마의 하나님이 되어 줄게.


그러니까 엄마. 난 바보 멍청이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난 희망 따위에 미래를 걸고 있을 수만은 없어.


지금 다니는 회사가,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이 언젠간 우릴 부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으며, 머물러있을 순 없어.


난 무언가 변해야 하고, 무언가 지금 하고 있지 않지만 부자들은 하고 있는 것들을 찾아 해야 돼.


그러니까, 사랑하는 미운 엄마. 조금만 더 지금처럼 건강하게 웃으며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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