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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Aug 03. 2022

집 값, 앞으로 떨어진다는데? (2)

부동산과 화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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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을 통해 말씀드렸듯이, 지금과 같은 혼란기에도 우리가 부동산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제 글이 여러분이 앞으로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을 세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첫 번째, 부동산은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가치가 오르는 실물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년간 국내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집값은 우상향 하며 올랐습니다. 집값만 올랐을까요?  

국내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1986 ~ 2022 현재)
세계 주요 국가 명목주택가격지수 (1970 ~ 2017)


    제가 태어나기도 이전 나이키 신발 광고입니다. 검색해보니 아래 보이는 나이키 운동화는 한화로 약 19,600원 정도 했다고 하네요...(함정은 월급도 30만원이었다는 것..) 공장만 늘리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신발의 가격도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때 그 시절, 나이키 운동화 광고 (1980's)


의류 및 신발 물가지수 (1997~2022)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나이키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라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럼 우리가 매일 먹는 쌀, 반찬이나 술, 담배 가격은 어땠을 까요?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가격 역시 꾸준히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 (1997~2022)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주류 및 담배 물가지수 (1997~2022)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이유를 찾기 위해 우선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들은 모두 화폐라 불리는 '종이돈'과 달리 실제 삶에서 필요한 것들입니다. 흔히 의/식/주라고 불리는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품목들입니다. 또한 실체가 있어 눈으로 확인도 가능하고 만질 수도 있지요. 이런 것들을 우리는 실물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실물자산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답은 화폐금융론의 화폐수량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화폐금융론)의 화폐수량이론


    화폐수량 이론으로 보면 실물자산의 가격은 공급이 늘어날수록 낮아지고 통화량(종이돈의 양)과 화폐 유통속도(거래 빈도)가 늘어날수록 오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화폐유통속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게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상수에 가까운 값입니다. 결국 우리의 관심사인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공급량과 통화량 두 개뿐이고, 이것을 좀 더 단순하게 정리하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화폐수량이론 (단순화) : 실물자산의 가격은 통화량에 비례하고 공급량에 반비례한다



    마침내 "우린 실물자산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답은 "통화량과 공급량에 따라 정해진다"입니다. 어떻게 정해집니까? ①통화량, 즉 시중에 풀린 종이돈의 수량이 늘어날수록 비싸지고 ② 물건의 공급이 늘어날수록 싸집니다.

   

실물자산의 가격은 통화량이 늘수록 오른다
실물자산의 가격은 공급이 늘수록 내린다


집 값,  앞으로도 오를까요?

    그럼 이제 여러분도 제 질문에 쉽게 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40년간 집값은 왜 이렇게 오른 걸까요? 맞습니다. 종이돈을 찍어내는 속도와 양이 부동산(아파트)가 공급되는 속도와 양보다 훨씬 빠르고 컸기 때문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지금처럼 집값이 계속 오를까요?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조정기를 거칠 수는 있어도, 수요가 받쳐주는 지역의 결국 집값은 우상향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종이돈이 증가하는 속도와 양이 부동산이 증가하는 속도와 양보다 훨씬 빠르고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확신하며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네. 결국 돈을 찍어내는 것 외에 답이 없으니까요.

    첫 번째 이유는 세계 정부는 앞으로도 종이돈을 마구 찍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그것밖에 방법이 없으니까요. 화폐라는 종이돈을 쓰는 한 우리에겐 세 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① 화폐의 가치를 유지한다. ② 화폐의 가치를 높인다. ③ 화폐의 가치를 낮춘다. 이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이외에 선택지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① "화폐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라는 선택지는 금본위제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하며 현황 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지입니다. 금본위제란 '금이 근본이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돈이 필요하다고 막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은행 창고에 있는 금의 양만큼만 찍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금본위제는 돈의 가치를 금을 기준으로 하여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의 금본위제 폐지 선언 이후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 매장된 금의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미 늘어난 화폐량만큼 금의 보유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습니다. 억지로 금과 달러의 가치의 기준을 새롭게 맞추어 새로운 금본위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그럴 수도 없지만) 그 기준을 유지할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현재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세계은행의 금 보유량은 고사하고 전 세계에 매장되어 있는 금의 추청량의 가치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럼 반대로 이미 풀어버린 화폐를 세계 정부가 두 팔 걷고 나서서 회수하면 되지 않냐고요? 이건 ② "화폐의 가치를 높인다"와 같은 의미이므로 해당 선택지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화폐의 가치를 높인다."는 말은 이미 찍어낸 화폐를 회수하여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디플레이션(내 지갑에 돈이 줄어드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며, 이 또한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선택지입니다. 왜냐고요? 디플레이션은 대개 장기적인 불경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사람들은 가격이 더 올라갈까 두려운 마음에 구매를 서두릅니다. 스마트폰의 가격은 오늘이 제일 싸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물가가 내려가는 디플레이션 시기 사람들은 구매를 최대한 미룹니다. 내일이면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그렇게 계속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립니다. 물가도 내리고 소비도 줄어드니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는 생산을 늘릴 이유가 없어집니다. 직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주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해고를 해야 할 상황이 옵니다. 이렇게 고용마저 줄게 되면 마침내 국가의 소비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세계 정부, 아니 미국이 디플레이션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미국은 3 경원의 빚을 가진 부채 국가이며 부채 가치를 증가시키는 디플레이션은 미국에게 최대의 악수(惡手) 이기 때문입니다.

경조국(미국)의 부채 현황

    미국은 약 26조 5,000억 달러(한화로 약 3 경원)의 부채를 가진 나라인 동시에 세계은행 역할을 맡고 있어 금리를 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자타공인 세계 제1의 패권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금리를 지금처럼 계속 올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빚이 30조인데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지불해야 하는 이자부담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요즘같이 코로나와 러시아가 쏘아올린 살인적인 물가상승기에는 이자부담이 늘더라도 단기간 금리를 올려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떨까요? 화폐 발행은 늘리지  않으면서 계속 금리를 올려 장기적으로 이자부담을 늘리는 게 가능할까요? 수출보다 수입이 적은 미국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결국 디플레이션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가지고 있는 3 경원의 빚의 가치를 증가시키겠다는 말과 같으며, 이 부채를 갚는 일 역시 수입 > 수출인 미국에겐 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① "화폐가치를 유지한다", ②"화폐가치를 높인다"가 불가능한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③선택지인 "화폐가치를 낮춘다"가 정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두 개의 선택지가 애초에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역사상 세계 각국은 3개 선택지 중 지속적으로 ③ "화폐가치를 낮춘다"를 찍어왔고 그 결과가 현재의 집값인 것이지요. 조금만 예를 들어 볼까요?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각 국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돈이 필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전쟁에서 패배한 독일에는 막대한 양의 전쟁 배상금이 부과되었지요. 독일은 이를 갚기 위해 수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화폐를 발행합니다.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출처: 위키피디아)

짐바브웨는 2000년 토지개혁 명목으로 모든 토지를 국유화했습니다. 농지의 70%를 소유하고 있던 백인들은 이를 계기로 짐바브웨를 떠나게 되죠. 문제는 짐바브웨 수출의 핵심이 되는 농업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던 것이 짐바브웨를 떠난 백인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가 백인들로부터 빼앗은 농지는 농사짓는 법을 모르는 흑인들에게 배분되었고 식량 생산성은 크게 줄었습니다. 마침내 식량 순수출국에서 식량 수입국으로 전략하기에 이르렀고 식량 수출로 돈을 벌던 짐바브웨의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더 이상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돈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달걀 3알에 1,000억 짐바브웨 달러 클라쓰 (출처 : KBS 뉴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19세기 중반 조선의 흥선대원군은 안동 김 씨 세력에 대항하고 강력한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경복궁 재건을 천명했습니다.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은 역시 화폐 발행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1년 사이에 쌀값이 6배나 폭등하게 된 결과를 야기한 당백전의 탄생 배경이지요. 과거에만 있었던 일일까요? IMF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경기를 회복할 때도,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에도, 바로 1~2년 전 코로나 위기 때도 모두 종이돈을 찍어내서 경기가 장기 침체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주춤했던 집값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오르곤 했습니다.

조선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그런데 부동산은 종이돈처럼 못 찍어내는 게 문제입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좋겠습니다만.. (출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앞으로도 집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는 공급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아파트의 특성 때문입니다. 인간은 땅의 면적을 증가시킬 수 없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부동산의 특성 중 하나인 '부증성'이라고 부릅니다. 아파트는 땅 위에 지을 수밖에 없고 땅은 인간이 만들 수 없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1980년도의 나이키 신발 가격을 기억하시나요? 공장과 인력, 시스템 효율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산량을 맘껏 늘릴 수 있는 신발의 가격마저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하물며 일자리와 교육, 환경으로 수요는 넘쳐나는데 지을 땅이 부족해 공급이 안 되는 지역의 아파트 값이 가만히 있을까요? 세계 각국의 정부는 물가가 안정되는 즉시 언제 그랬냐는 듯 종이돈을 마구 찍어낼 것이 뻔한 상황에서 말이죠. (이미 유가 조정으로 인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서서히 둔화되고 있고, 미국 주식도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진 관계로 우리가 부동산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나머지 2가지는 다음 글을 통해 마저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06940728e2564fd/51


    (P.S 사실을 근거로 했지만 이번 글의 특성상 제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제가 하는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 비판적인 자세로 보며 하나하나 검증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제가 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전달드리고자 하는 메시지 전부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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