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하루'
무난하게 흘러갔던 하루, 하지만 마음만은 사실 편하게 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책임감이 커서인지, 아니면 혼자 온전히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는 성격 탓인지, 사실 정확한 건 알지 못한다.
가끔 마냥 한 없이 밝은 나인데 혼자 있을 때의 나의 모습을 보면 한 번도 거짓되게 살아온 적이 없는데 정말 어쩌다 한 번 정말 본연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근데 그 두 모습 모두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나이지만 가끔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보는 보통의 사람들은 잘 알기 전에는 겉모습만 보고 '차갑다'는 이미지라고 했다. 하지만 나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나를 정말 아는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네가?"라고 답한다. 어렸을 때는 정말 20년 지기가 된 친구들이 했던 말이 "혜지야, 넌 입만 안 열면 정상인데" 할 정도로 친해지고 나서 나란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오히려 너무 정반대인 사람이라서 장난으로 "어디 가서 입만 열지 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럴 정도로. 내 사람들한테는 장난기도 많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어떻게 보면 사차원 캐릭터에 멍한 모습까지.. 문화유산처럼 소중하게 지켜주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더 선을 지켜야 되거나 마음을 완전히 주지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더 밝고 다정하고 친절하게 나오는 것 같다. 억지가 아니라 그 모습 자체도 나의 진심인데 정말 나 사람들한테 보이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기본적으로 친절한 모습을 떠나서 오히려 그런 모습들은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요새 혼자 있을 때의 나의 모습을 혼자 보면서 갑자기 문득 확 "너무 다른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쁜 뜻이 아니라 "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저는 좋아요" 이렇게 뛰어다니면서 일하던 아이가 퇴근하고 운동하고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 진짜 힘이 없어서 비틀거리고, 땅을 보고, 기운이 없어서 축 쳐져서 걷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괴리감이 느껴졌다.
어떤 모습 하나 정해진 한 사람의 모습은 없지만 오늘 그냥 문득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나는 그럼에도 한 번도 거짓되게 살아본 적이 없고 오히려 속과 겉이 다른 모습들을 더 못 견디고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온 적 없다. 단호하게.
하지만 모든 나의 모습을 사랑하려고 하나 오늘은 유독 크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무사히 잘 살아 낸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제는.
고생 많았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