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불안해질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늘 비슷했다.
‘왜 나만 이럴까.’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마음이 흔들릴까.
왜 말 한마디에 의미를 붙이고, 연락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질까.
나는 그 불안을 한동안 숨겨왔다. 괜히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괜히 약해 보일까 봐.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괜찮은 척,쿨한 척, 상처받지 않는 사람인 척. 하지만 마음은 늘 그 연기를 알고 있었다.
괜찮지 않다는 걸, 애써 버티고 있다는 걸. 관계 속에서 불안해질 때 나는 종종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예민해서 그래.’ ‘내가 너무 기대해서 그래.’
‘내가 문제야.’ 그렇게 불안은 점점 개인의 결함처럼 느껴졌다.
고쳐야 할 성격, 없애야 할 감정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심스럽게 생각이 바뀌었다. 이 불안이 정말
나만의 문제일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원래
조금 불안해지는 일 아닐까.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처받을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게
자연스러운 건 아닐까. 나는 불안을 느끼는 순간마다
‘틀린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불안은
내가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상대의 말과 태도에 신경을 쓰고,
관계의 온도를 느끼려 애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늘 스스로를 먼저 숨긴다.
이 마음을 말하면 부담이 될까 봐, 귀찮은 사람이 될까 봐.
그래서 혼자 견딘다.혼자 분석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
혼자 마음을 접는다.
나는 그런 시간을 오래 지나왔다.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만 이런 게 아니라면.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순간을 겪어본 적이 있다면. 말하지 않았을 뿐,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관계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아니다.다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고 싶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관계 앞에서 불안해지는 마음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고.
아직도 나는 사람 앞에서 완전히 편안해지지는 못한다.
여전히 불안은 관계의 문턱에서 나를 멈춰 세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한다.
‘왜 나는 이럴까’ 대신 ‘아, 지금 내가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구나’라고.
혹시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혹은 마음 한쪽이 조금 찌릿해졌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진심을 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