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자꾸 같은 장면에서 멈추게 될 때

by 새벽

관계를 돌아보면 이상하게 비슷한 장면에서
늘 멈추게 된다.조금 편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타이밍.
그 즈음이 되면 나는 늘 한 번 더 망설였다.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됐는데, 왜 나는 여전히 조심스러울까.
처음에는 그게 상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말투, 상대의 거리감,상대의 태도 때문이라고.하지만 관계가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문제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됐다는 걸.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나는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불안해졌다. ‘이제는 기대해도 되는 걸까’
‘지금 이 마음을 믿어도 괜찮을까’확신이 생겨야 할 타이밍에 오히려 의심이 먼저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확인하기보다는 마음을 미루는 쪽을 선택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그 선택은 늘 비슷한 결과로 이어졌다.



상대는 내가 멀어진다고 느꼈고,나는 상대가 변했다고 느꼈다.누가 잘못했다기보다 서로 다른 속도로 같은 지점을 지나고 있었던 것뿐인데. 관계가 끝난 뒤에야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피하고 있었던 건 사람이 아니라 확신을 가질 용기였다는 걸.확신은 늘 책임을 데려온다.기대하게 되고,실망할 가능성도 함께 떠안게 된다.



나는 그게 두려웠다. 그래서 관계가 깊어질수록 같은 자리에서 멈추는 사람이 되었다. 더 이상 앞으로 가지도,
완전히 물러서지도 못한 채로. 이제는 안다.


그 반복이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고립시키기도 했다는 걸. 자꾸 같은 장면에서 멈추게 된다면 그건 아마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혹은 너무 오래 혼자서만 버텨왔다는 증거일지도.요즘 나는
그 멈춤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관계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흔적이고,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는 기록이니까.


다만 다음번에는 같은 지점에서 멈추더라도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 피하는 대신 말해보는 쪽으로. 미루는 대신 천천히 확인해보는 쪽으로. 아직은 서툴지만, 이제는 내가 어디에서 멈추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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