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안녕, 불안

사람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에 대하여

by 새벽

사람 앞에서 유독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말 한마디, 연락 하나에 마음의 온도가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 나는 오랫동안 그런 불안을 숨기며 관계를 해왔다.


혼자 있을 때는 비교적 괜찮았다. 하루를 계획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리듬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불안이 크게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순간부터 마음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연락이 늦어지면 괜히 이유를 찾았고,평소보다 짧아진 말투에 혹시 마음이 멀어진 건 아닐지 먼저 걱정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늘 마음부터 조심스러워졌다. 불안은 언제나 관계의 시작에서 더 선명해졌다. 가까워질 가능성이 생길 때, 마음을 나눌 준비를 해야 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설렘보다 긴장이 앞섰다.
‘너무 기대하지 말자’, ‘마음을 다 주면 결국 내가 더 아플 거야’라는 말들을 스스로에게 반복했다.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커지는 기분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어쩌면 나는 사람을 잃는 게 무서웠던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고,
관계의 온도에 따라 내 가치까지 흔들리는 나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
불안은 늘 ‘혹시’라는 말로 시작됐다.


혹시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더 필요해지는 건 아닐까, 혹시 결국 혼자 남게 되지는 않을까. 그 ‘혹시’들은 대부분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안은
늘 진짜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미 벌어진 일처럼 마음을 먼저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
자존감의 문제라고.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불안을 단순한 결함으로만 부르고 싶지 않았다. 이 불안은 내가 관계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는지,
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의 다른 얼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불안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안을 데리고도 사람과 관계를 맺어온 한 사람의 기록이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불안한 채로도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믿어보기로 했다. 이 글이 사람 앞에서 자주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는
작은 안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