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

by 새벽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기분이 나쁜 것도, 특별히 슬픈 것도 아닌데
말을 꺼내는 순간 무언가 더 망가질 것 같은 날.

그런 날에는
괜찮냐는 질문조차 버겁다.

대답을 해야 할 것 같고,
설명해야 할 것 같고,
이 마음을 정리해서 내놓아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사실
정리되지 않은 마음도
그대로 존재해도 되는 건데.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힘들면 말하라고.
혼자 끌어안지 말라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모든 힘듦이
말로 바뀔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감정은
말이 되는 순간
너무 단순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침묵이 편해서가 아니라
침묵이 덜 아프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안
나는 나를 조금 더 지켜볼 수 있다.

지금 이 마음이
분노인지, 피로인지,
아니면 그냥 오래된 지침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하루는 끝난다.

그 사실이
가끔은 유일한 위로가 된다.
오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넘겼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다.

말하지 않은 마음도
분명히 존재했고,
그 마음을 데리고
나는 오늘을 끝까지 살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했을지 모른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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