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냐는 말을 들으면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숨을 쉰다.
괜찮다고 말할 수는 있는데
그 말이 내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많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해놓고
혼자 있는 밤에
그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날.
사실 나는
괜찮지 않은 순간을 오래 들여다보는 편이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기보다는
그냥 이렇게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넘기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괜찮아?”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큰일이 된다.
괜찮다고 하면
나는 너무 쉽게 정리된 사람이 되고,
괜찮지 않다고 하면
내가 너무 약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괜찮다는 말은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태도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어렵다.
사실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버리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상대가 불편해질까 봐.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관계가 달라질까 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감당하기 어려워질까 봐.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소의 나로,
별일 없는 사람으로.
그런데 그게
나를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더 얇게 만드는 방식일 때가 있다.
괜찮다는 말이
내 마음을 덮어버리고
내 감정을 지워버리고
내 하루를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조차 버겁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말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 되어버리니까.
나는 가끔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괜찮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듣고 싶다.
버티는 데에 이유가 없어도,
설명이 없어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라도
그냥 그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
오늘의 나는
괜찮지 않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채로도
하루를 끝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괜찮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