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그냥 울고 싶은 날

by 새벽

그냥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자꾸 아래로 가라앉는 날.

그런 날에는
울 이유를 찾게 된다.

무언가 확실한 이유가 있으면
내가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나를 덜 이상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대부분의 눈물은
그렇게 정리된 상태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일 앞에서
갑자기 무너져버린다.

물이 잘 안 내려가는 세면대,
어지럽게 쌓인 빨래,
까맣게 식어버린 커피 한 잔.

그 사소한 것들이
그날의 나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나는 그 순간에 알게 된다.

내가 울고 싶은 건
지금의 일이 아니라
쌓여 있던 것들이라는 걸.

참았던 말,
넘겼던 마음,
괜찮은 척했던 하루들.

그게 어느 날은
한꺼번에 고개를 든다.

사람들은 울면 좀 나아진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울고 나면
숨이 조금 쉬어지고
가슴이 조금 가벼워진다.

그런데도 나는
울음을 자주 미룬다.

울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무너질지 몰라서.
내가 내 하루를 끝까지 붙잡지 못할까 봐.

그래서 더 조용해진다.
조용히 버티는 쪽을 선택한다.

그날의 나는
울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울지 않아도 되게 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어쩌면 우리는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울 수 없어서 더 힘든 건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그냥 울고 싶은 날.

내 마음이
나한테 잠깐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
그 마음을 다잡지 않았다.

억지로 괜찮아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괜찮은 척하기 위해
다시 무언가를 꾸미지도 않았다.

대신
그냥 하루를 천천히 지나가게 두었다.

울지 않아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은 날.

내가 나를 다그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난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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