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중개’ 사무실을 차릴 예정이라며, 혼자 하기에는 영 심심하다는 이유로 한가했던 나에게 제안을 한 것이었다.
‘공인 중개사는 정확히 뭘 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이지?’
공인 중개사라는 직업 자체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직업인지는 몰랐던 나는 막연함에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할 거 하나도 없다, 그냥 와서 전화만 받아주면 된다’며 나를 연신 설득했다.
“부동산은 사기꾼들이나 하는 거다.”
“그런 걸 뭐 하려 해? 하지 마!”
한편으론 친정엄마가 그 말을 듣고 부동산은 사기꾼들이 하는 거라며 말렸고, 남편 또한 그런 곳에 여자가 발 들여놓으면 버려진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친구는 굴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여자 둘이 작은 사무실에서 임대 놔주고 하는 일일 뿐이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내 가족까지 설득하고 나섰다.
얼마 안 가 끈질겼던 설득이 통했고, 나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40대 주부였던 나는 공인 중개사의 길에 입문했다.
*
낯선 지역, 새로운 직장.
걱정과 염려를 품고 시작했으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난 공인 중개 일에 재능이 있었다. 원래 낯가림도 없었고, 진취적인 성격에 담력도 강했으니까.
게다가 오피스텔 붐이 일어난 때라 손님이 오면 높은 확률로 계약이 될 때였다.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는 거랄까. 하여간 시기도 잘 탔다.
여차저차 출근하게 된 이후, 나에게도 첫 계약의 순간이 왔다.
가슴 떨리는 첫 계약.
잔금 때 중개수수료라는 걸 받는 설레는 순간.
... 처음이어서였을까,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보여준 집은 ‘아파트 허가’ 였는데, 중개수수료를 업무용 수수료로 청구한 것이었다.
여기서 이상함을 느낀 손님이 뭔가 이상하다며 계속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제 막 첫 계약에 임하는 초짜였던 나는 오해를 하고 말았다.
‘아! 수수료 조금 주려고 나한테 세우는구나’
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오피스텔 수수료가 더 비쌌기 때문이다.
한 건물에 아파트 오피스텔 모여 있던 곳이라 벌어진 일이었지만 일을 시작한 지 며칠 채 되지 않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나는 손님과 실랑이를 하고 말았다.
결국 아파트 수수료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러웠던 나는 조금 울고 말았다. 상대에게 업신여겨졌다는 마음에 울컥한 것이다.
... 베테랑이 된 지금에 와서 보니 참 부끄럽고도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웬걸, 아파트 수수료로 계약했던 청년이 다시 찾아와 나에게 흰 봉투를 건넸다.
자기가 잘못한 거 같다며 나머지 금액을 가져온 것이다.
청년이 맞게 계산한 거고 내가 초짜라 계산할 줄 몰라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청년은 ‘이 동네는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르게 계산하나 보다’ 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나 또한 오해가 있었다며 청년에게 사과했고, 상황은 큰 난리 없이 일단락되었다.